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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May 23. 2023

식물 킬러의 탄생

킬러의 루틴

식물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식물을 키우기 가장 좋다는 남향 창가에서도 식물을 ‘올킬’했다. 관엽식물, 다육식물, 선인장, 수경재배 식물까지 다양하게도 죽였다. 10년 전 내가 쓴 싸이월드 일기장이나 페이스북을 열어보면 식물을 사고 싶다는 글이 있다. 일하는 책상이나 창가에 식물을 두고 키운 사진도 남아 있다. 뭐든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발전하고 성장하기 마련인데 식물 키우는 일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꾸준히 성실하게 물을 준 것이 실패의 노하우였다. 


내 경험을 떠올려 가정해 보면 이렇다. 들뜬 마음으로 화원에 들려 식물을 사들인다. 3~4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된다는 화원 사장님의 말을 진리로 받들고 꼬박꼬박 물을 준다. 물론 ‘물은 언제 줘요?’라는 나의 ‘답정너’ 질문이 문제의 발단이다. 


봄철 장사로 1년 매출을 뽑아야 하는 사장님은 모든 손님에게 매번 반려 식물 키우기 강의를 할 시간이 없다. 서로의 불편 한 상황을 빨리 종료할 수 있는 물 주기 국룰은 화원에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3~4일에 한 번 주세요


계절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3-4일에 한 번 규칙적인 물을 공급받은 식물 은 뿌리가 과습이 될 확률이 높다. 썩은 뿌리는 적절한 물과 양분을 줄기로 올려 보내지 못한다. 결국 잎은 물과 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축 처져버리면서 타들어 간다. 그 모습을 간파한 초보 식집사는 ‘그래 이때야!’라는 착각을 하고 식물에 ‘또’ 물을 준다. 이런 루틴이 반복되다 보면 식물을 들인 지 2~3주가 지날 즈음에 식물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새로 산 화분은 베란다나 집안 구석 어딘가에 몇 달 방치돼 있다가 결국 애물단지가 되어 분리수거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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