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아트(Nail art)

by 김해경

중학교 아이들에게 내가 잘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얘들아, 나쁜 물고기가 뭔지 아니?"

"상어요"

"스톤 피시(Stone fish) 요"

"전기뱀장어요"

"응. 다들 무서운 고기들이네. 그런데 영어단어에서의 나쁜 물고기는 'Self fish 즉 Selfish(이기적인)'란다"

아이들은 "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Selfish(이기적인)'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설명을 한다.


'Self service(셀프서비스)'라는 단어는 요즘 어느 식당이든 예외 없이 한쪽 벽에 붙어져 있다. '스스로 알아서 반찬을 갖다 먹어라'는 말로 이해된다. Self fish(셀프 피시) 즉 '자칭 물고기'가 어떻게 Selfish '이기적인'이 되었는지가 나는 항상 궁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Mendocino(멘도시노) County(카운티)의 Fort Bragg City(포트 브래그 시)에 Nail William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1970년 당시, 인구 4455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인 포트 브래그에서 Nail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소일거리는 태평양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바닷가에서 물장난을 치며 수영하는 일이었다. 또한 Nail은 가까이 있는 Glass Beach(구슬 해안)에서 예쁜 구슬 조각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겼다.

glass beach2.PNG Glass beach(구슬 해안)의 구슬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과 1976년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에서 자유형 여자 200m 수영 부분에서 금메달을 미국에 선물한 선수가 Nail William이다. 그녀는 원래 Glass Beach의 해상 구조 요원으로 part time job(시간제 일자리)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Glass Beach의 유리조각으로 손톱을 장식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사치였다. 그 당시 네일 아트가 아직 문명 세계에 활발하게 발을 내딛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녀의 손톱이(이 당시의 네일 아트는 '손톱 예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이름을 딴 'Nail의 예술'이라는 의미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사진에 포착되었을 때, 미국 사회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197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기자들과 한 인터뷰를 잠시 소개한다.(New-York Tribune 1972년 9월 8일)

기자: 축하합니다, Nail양. 미국의 자랑거리입니다.

Nail: 감사합니다, 기자님.

기자: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사람들의 환호에 답할 때, 번쩍이는 손톱이 큰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일명 사람들이 '인어의 비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던데 손톱에 무엇을 칠한 겁니까?

Nail: 어릴 적부터 Glass Beach에서 놀면서 유리조각을 손톱에 붙이곤 했어요. 저의 어릴 적 유일한 놀이었죠. 커서는 조개껍질과 유리조각을 잘게 부수어서 손톱에 붙이기 시작했고요. 저는 맨 손톱으로는 수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종의 저 자신에 대한 보호막인 거죠. 저의 이 손톱이 저를 당당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해 줘요. 수영할 때 제 손이 물살을 가르거나 허공으로 치솟을 때, 저는 제 손톱이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응시해요. 저는 이 반짝거림이 좋아요.


1972년과 1976년 사이의 Nail의 사진을 찾아보면, 그녀는 항상 번쩍이는 손톱이 보이도록 손등을 보이는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신문기사마다 '인어의 비늘을 손톱에 달고'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자칭 물고기(Self fish)'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손톱 때문인지도 모른다. 'Nail 하면 자칭 물고기(Slef fish), 인어의 비늘'이라는 공식이 정립된 것이다.


1977년 7월 7일, 행운의 숫자, 7이 난무하는 이 날, 전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TV 앞에 앉아 세기적인 이벤트를 시청하고 있었다. 뉴욕의 한 화장품 회사가 Nail에게 획기적인 선물을 선사하는 행사였다.


앵커: 이곳은 Glass Beach 해변가입니다. 곧 Nail과 특수 분장사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오늘 Nail의 '인어의 비늘'이 '황금가루'로 뒤덮이는 날입니다. 열 손가락에 약 만 달러(약 1400만 원)의 금가루가 부착될 예정입니다. 미국 최고의 특수분장사가 Nail의 손을 황금으로 된 미다스의 손으로 만들 겁니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둘째 딸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 모두 A 학점을 받고 받은 학장 장학금(Dean's Scholarship)이 500달러, 즉 54만 원 정도였다. 또 내가 아는 한 분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시다가 오셨는데 10불, 즉 14,000원을 써는데, 몇 번이나 고심하시는 것을 봤다. 우리는 1만 원을 별생각 없이 써기도 하는데, 미국인들에게 10불은 큰돈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만 달러 정도의 금가루를 손톱에 바른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지도 못 할 일인 것이다.


너무 넘치는 행운의 끝자락은 불운과 연결되어 있는지, 그날 Nail의 '인어 비늘', 아니 '황금비늘'이 '저주의 비늘'로 바뀌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한 신문사에서 이렇게 쓴 기사가 거리거리에 뿌려졌다고 한다.


신문기사: 오늘 Glass Beach에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황금 손톱을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 파가 해변가에 모였습니다. 이벤트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4살 된 남자 아기가 파도에 휩쓸려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파도는 온화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파고가 높은 거친 파도였습니다. 모두 이벤트에 정신이 팔려 아기가 파도에 밀려 떠내려 가는 것을 즉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벌써 바닷가에서 400m 이상 떨어져 있는 아기를 보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해안을 가장 잘 알고, 또 구조대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Nail이 왜 즉시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는지를 아직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주최 측에서는 아직 건조되지 않은 손톱의 Nail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만 달러가 고스란히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봐야 했기 때문에, Nail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또한 Nail은 아직 두 개의 손톱이 완성되지 않아서 맨 손톱으로 수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영을 망설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아이는 사망했습니다. 해안 경비대가 출동하여 아이를 건져 내었을 때에는 이미 아이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고 합니다. 'Self fish(자칭 물고기)'가 오늘 이벤트 측과 자신만을 생각한 'Selfish(이기적인)'가 되어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놓쳤습니다. 그녀는 'Self fish'가 아니라 'Selfish'였습니다!


1977년 7월 7일 이후의 어떤 신문에도 다시는 Nail의 이름과 Nail art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미국의 손톱 문화 즉 Nail art(이제는 사람 이름의 Nail이 아니라 손톱이라는 단어 Nail을 지칭함)라는 말이 다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게 된다.


얼마 전 손톱에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한 사람을 만났다.

"너무 예쁘네요. 그런데 이 예쁘고 기다란 손톱으로 집안일이 가능한가요?"

"아이고, 비싼 돈 들여 한 네일인데 좀 보존해야죠."

" 밥은 안 하세요?"

" 하긴 하죠, 그러나 최소한으로 하려고 해요."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본다.


나는 왜 그녀의 손톱에서 'Self fish'를 생각하며, 또 'Selfish'를 말해 주고 싶었을까? 황금 손톱을 꿈꾸던 Nail의 운명이, 현재 내 앞에 서 있는 이 여인과 어떤 상관이 있단 말인가? 네일을 핑계로 간혹 귀부인 대접을 받고자 하는 이 여인의 속물스러움이, Nail을 후원한 그 화장품 회사와 관계가 있기는 한 것일가? Nail도 그 황금 손톱으로 어둠 속의 귀부인으로 일생을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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