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원근법 01화

원근법 이야기 1st

by Tony C

원근법 역사


원근감 & 공간감

원근감을 서술하면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선 원근법입니다.

공간감의 경우는 '멀어질수록 흐려진다.' 공기 원근법입니다.

다시 말해 원근감은 평면 화면에 '크기 비례를 조절해서 거리 차이를' 보이는 것이고, 공간감은 '선명도를 조절해 공기의 두께 및 흐름 즉 공간을' 느끼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관찰자의 시선 저편에 하나의 소실점이' 있다는 겁니다.

'SF 2nd street, US, 2014?', 2022


마사초 '성삼위일체[Trinity]'

마사초[Masaccio, 1401-1428]

보고서도 믿기 힘들 때 신기하다고 하는데 그건 상식 이상의 원리를 경험할 때 하는 말입니다. 그런 일이 미술사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이탈리아 화가 마사초[Masaccio, 1401-1428]가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그린 벽화 ‘성삼위일체 Trinity’ [1425-28]입니다.

그림에서 거리감을 느껴본 적 없던 당시의 피렌체 시민들은, 그 벽화가 공개되자 벽에 구멍을 뚫었다며 환호했습니다. 동시대 미술가들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었는데, ‘평면에 공간을 그린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인식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과 이후의 경계를 그어버린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는 '눈이 거리를 인식하게 하는 기하 원리를 평면 화면에 적용한 거대 혁신, 즉 '선원근법'의 등장이었습니다.

'멀어질수록 (소실점을 향해) 작아진다.'

그리고 일 년 뒤 마사초는 독살당했습니다. 누가 왜 죽였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그의 천재성을 질투한 자들이 죽였다는 설'이 유력할 겁니다. 남의 시기를 살만한 것을 가지는 것과 그 자랑은, 흔히 자기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작품 하단에는 '죽은 자의 유골'을 그렸고, '나의 어제는 그대의 오늘 그리고 나의 오늘은 그대의 내일'이라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잊지 말라.'

그 의미가 내게는 '죽음 앞에 섰을 때 웃을 수 있도록 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벽화 '성삼위일체'가 그려지게 한 선원근법(1점 투시도)을 체계화 한 사람은 피렌체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입니다. 그는 마사초가 아직 미술 공부를 하고 있던 1415년, ‘원근법 실험’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실재하는 하나의 소실점이 무엇인지를 규명했습니다. 실험 후 그 내용을 담은 책의 출판에 이어 10여 년 뒤 마사초가 벽화 제작 기법에 적용한 것입니다.

마사초, '성삼위일체' 1425-28,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벽화
마사초의 벽화 '성삼위일체'의 1점 투시도 도면


마사초 이전의 작품

보스코레아레의 파니우스 시니스터의 저택, BC 1세기(추정)

1428년, 그 이전까지의 평면 회화에서는 거리감이 없었고, 일부 뛰어난 작가는 '소실점 없는 여러 면 분할법'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기원전 1세기 로마, '보스코레아레의 파니우스 시니스터 저택[villa of P. Fannius Synistor at Boscoreale) 유적에서 '1점 투시 소실점'이 적용된 벽화가 발굴되었습니다. 하지만 장구한 2천 년 세월을 견뎌낸 회화 작품은 아무래도 희귀할 수밖에 없으므로 당시 회화 기법이 어땠는지 분명히 수는 없습니다.


보스코레아레의 파니우스 시니스터의 저택 벽화, BC 1세기

장택단[張擇端], 북송

북송[AD 960-1127]의 장택단은 그의 그림에 '사투상법'이라는 면 분할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기법은 먼저 '사각형'을 그리고 한 변에 접한 '45도 기울기의 마름모'를 그립니다. 번 더 거듭해서 육면체를 만들면 그려질 그림의 틀이 됩니다. 그다음 사각형 범위에는 건물의 정면을, 마름모 범위에는 옆면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 기법은 정면, 측면, 윗면 3 개 면을 묘사할 수 있게 하므로 면 분할이 안 된 다른 그림들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그러나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크기 변화를 그릴 틀은 안되므로 멀거나 가까운 사물의 크기는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리감 표현이 불가한 겁니다.


그 원인은 단지 소실점의 유무에 있습니다. 즉 선원근법, 즉 1점 투시도법은 사투상법처럼 육면체의 최대 3개 면을 그리게 합니다. 그에 더해서 실선들이 소실점을 향해 좁아드는 기울기를 가지므로 그 범위 변화에 따라 사물의 크기가 조절되고 자연히 거리감 표현이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2차원적 면 분할 과 3차원적 면 분할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그가 그려낸 작품성은 그 어떤 시대적 한계도 초월하고 그 어떤 미숙한 것 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미술가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장택단도 '원근법에 대한 기하학적 고민'을 평생토록 했을 것입니다. 그런 열정이 담겨있는 그의 작품들은 원근법이라는 거대 혁신마저 초월합니다.

장택단, '수력을 이용하는 정미소', 북송 12세기
사투상법: 소실점이 없는 육면체에 건물의 정-측면과 지붕을 그리는 방법

암브로지오 로렌체티[1280?-1348], 이탈리아 시에나 공화국

브루넬레스키와 마사초가 있기 100여 년 전, 암브로지오 로렌체티가 그의 작품에 처음으로 소실점을 사용합니다. 소실점을 향하는 실선 기울기가 바닥 타일과 벽면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된 것입니다. 부분 적용이다 보니 완전한 원근법이라 할 수는 없지만, '거리 차이에 따른 크기 변화'를 시도한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로렌체티가 없었다면, 아마 브루넬레스키의 업적은 더욱 지연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암브로지오 로렌체티, '성전에서의 봉헌' 1342
암브로지오 로렌체티, '수태고지' 1344

그래서 요점을 생각해 보면 장택단이 사용한 면 분할법에 로렌체티가 사용한 소실점이 더해진 것이 원근법의 기원이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브루넬레스키라는 한 천재가 나타나 선 원근법을 창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술가의 오랜 염원 그리고 건축에서 발전한 기하학이 함께 만나 일어난 혁신입니다.



브루넬레스키-마사초 시대의 선 원근법 연구

고대부터 회화작가와 건축가로 겸직하는 이들에 의해 하나 둘 새로운 시도들이 오랜 세월 축적되다가 마침내 브루넬레스키와 마사초에 의해 완전하게 정립된 것이 선 원근법입니다. 원근감을 평면에 그려내기 위한 역사 속 수많은 미술가들의 끊임없는 노력들의 결과인 겁니다.


'선 원근법'은 입체와 공간의 특성을 함께 포함하는 육면체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이 육면체 건너 저편에 소실점을 두고 안 두고에 따라 '평면에서의 면 분할과 공간 안에서의 원근법이' 구별되는 겁니다. 소실점을 두면 그 소실점을 향해 육면체가 점점 작아지면서 거리 변화에 따른 멀고 가까움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그 육면체 안에는 모든 사물만 아니라 거대 공간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사람 눈이 인식하는 '1점 투시도'입니다. 이후로도 많은 선진들의 지속적인 연구에 의해 2점 투시도, 3점 투시도, 4점, 5점 투시도 그리고 대기 원근법 등의 발전이 축적됩니다.

그 역사의 시작에 있었던 다른 노력들을 봅니다.

마솔리노 다 파니칼레[Masolino da Panicale, 1383~1447]

마솔리노는 마사초와 함께 '성령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보이신 두 기적, 곧 앉은뱅이를 온전케 하신 일과, 죽은 욥바의 다비다를 다시 살리신 성경 기사'를 벽화로 그렸습니다. 거기에서 1점 투시 구도를 잡은 이가 또한 '마사초'라고 합니다.

마솔리노 다 파니칼레, '베드로와 요한의 앉은뱅이 치유와 다비다의 부활', 브란카치 예배당 1424-27

멜로조 다 포를리[Melosso da Forli, 1438~1494]

멜로조는 정면 1점 투시도를 위를 보도록 바꿔 평면인 천정을 마치 돔 구조의 천정인 듯 그려냈고 그 기법을 '상향 단축법'이라 합니다. 이는 또한 3점 투시도의 기원이 되기도 합니다.

멜로조 다 포를리, '로레토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1470년 대

그 영향으로 상향 구도의 연구들이 지속되면서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의 걸작 '무덤 속의 예수 그리스도'도 탄생합니다.

안드레아 만테냐, '무덤 속의 예수 그리스도' 1490

피에트로 페루지노 [Pietro Perugino 1450-1523?]

라파엘로의 스승 피에트로는 1482년에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를 그려 크게 성공했고, 1500년 경에는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라는 찬사도 들었습니다.

단조로운 구도의 1점 투시 공간 안에서 인물과 건축의 크기 비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보입니다.

피에트로 페루지노,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1482

이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시도와 노력이 얼마나 많을지 추측해 보면 오늘날 내가 배워온 크고 작은 미술기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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