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습관의 맥(脈)

by 가치지기

오랜 시간 지켜온 루틴이 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몸을 움직이고, 해야 할 일을 수행하며, 하루를 정돈하는 흐름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쌓아왔습니다. 익숙한 패턴 속에서 하루를 보내면 삶이 안정감을 주었고,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기둥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무엇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익숙한 루틴이라 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그렇게 하루, 이틀... 익숙했던 습관이 깨졌습니다. 다시 시작하려 했을 때, 몸과 마음은 어색했습니다. 마치 처음 습관을 만들려 할 때처럼 낯설고 버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습관은 마치 혈맥(血脈)과 같다는 것을요. 혈액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명을 유지하듯, 하루하루 이어지는 습관의 흐름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규칙적인 습관이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순간 끊어지면, 다시 이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단 며칠의 공백이었을 뿐인데, 다시 원래의 리듬을 되찾는 것은 생각보다 더디고 어려웠습니다. 한 번 멈춘 혈맥을 다시 흐르게 하려면 더 큰 힘과 노력이 필요하듯, 멈춰버린 루틴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 강한 의지가 요구됩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습관이 단순히 반복되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 삶의 흐름을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결국 우리 자신을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고 있지만, 그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을 때,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을 매 순간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일은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몸에 밴 습관입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삶은 결국 습관의 집합체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매 순간 어떤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입니다.


하루 이틀 흐름이 깨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에서 "습관이 한 번 깨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속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제 망했어"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하지만, 중요한 건 멈췄던 걸 얼마나 빨리 다시 시작하느냐입니다.


습관은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형성하는 근간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로 존재한다.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복이 쌓이고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때때로 인생을 거창한 목표나 커다란 도전으로 정의하려 하지만, 사실 진짜 인생을 이루는 건 작은 습관의 조각들입니다. 듀크 대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중 40% 이상이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습관이 곧 우리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행동이 쌓여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습관을 이어갑니다. 비록 한 번 멈추었지만, 다시 흐르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나의 삶의 맥박을 다시 뛰게 합니다. 그 작은 흐름이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테니까요.


평소에 써왔던 일기와 다짐의 글을 다시 꺼내 봅니다.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되새기며, 하루하루 체크해 나갔던 그 느낌을 다시 기억하며 의식적으로는 끊어졌던 것이 아니라 이어져오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처음의 그 호흡과 걸음걸이로 다시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번의 끊어짐이 마침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쉼표였다고 생각하며 이어나갈 때 진정한 회복과 강력한 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stretching-814227_128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