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꽃잎처럼 쉼 없이 피고 지다
우리의 봄은 어느덧 저물었지만,
당신은 여전히 나의 봄,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입니다.
거울 앞에 선 당신은
희끗한 머리칼에 눈길을 떨구지만
나는 그 실버 빛 가르마마다
눈물겹도록 고운 사랑을 봅니다.
당신은 미처 몰랐겠지요,
주름이란 세월의 흠이 아니라
당신의 헌신이 새긴 아름다운 문양이란걸.
아이들 웃음 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
내 젊음의 무심 속에 견딘 당신의 하루하루를
이제야 하나하나 읽게 됩니다.
만약,
내 사랑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했다면
당신의 이팝나무 꽃은 좀 더 늦게 피었을까요.
그 미안함이 밤을 깨우고
그 고마움은 새벽을 밝힙니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나는 지금의 당신이 더 고와요.
그 모든 세월을 이겨내고도 여전히 맑은 눈동자,
그 모든 시간을 감싼 기미와 주름진 손길이
너무 귀해 조심스레 어루만집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었고
당신이 버텨 줘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내가 당신의 어깨가 되어
남은 길을 함께 걸을게요.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 열매처럼
우리의 사랑도
이제야 완성되려나 봅니다.
내 소중한 아내, 당신.
세상의 어느 시보다 아름다운
내 시의 마지막 행은
언제나 당신으로 그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