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 당신

by 가치지기

이팝나무 꽃, 당신



세월이 꽃잎처럼 쉼 없이 피고 지다

우리의 봄은 어느덧 저물었지만,


당신은 여전히 나의 봄,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입니다.


거울 앞에 선 당신은

희끗한 머리칼에 눈길을 떨구지만

나는 그 실버 빛 가르마마다

눈물겹도록 고운 사랑을 봅니다.


당신은 미처 몰랐겠지요,

주름이란 세월의 흠이 아니라

당신의 헌신이 새긴 아름다운 문양이란걸.


아이들 웃음 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

내 젊음의 무심 속에 견딘 당신의 하루하루를

이제야 하나하나 읽게 됩니다.


만약,

내 사랑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했다면

당신의 이팝나무 꽃은 좀 더 늦게 피었을까요.

그 미안함이 밤을 깨우고

그 고마움은 새벽을 밝힙니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나는 지금의 당신이 더 고와요.


그 모든 세월을 이겨내고도 여전히 맑은 눈동자,

그 모든 시간을 감싼 기미와 주름진 손길이

너무 귀해 조심스레 어루만집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었고

당신이 버텨 줘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내가 당신의 어깨가 되어

남은 길을 함께 걸을게요.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 열매처럼

우리의 사랑도

이제야 완성되려나 봅니다.


내 소중한 아내, 당신.

세상의 어느 시보다 아름다운

내 시의 마지막 행은

언제나 당신으로 그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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