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면접(面接)

by 가치지기


이번 주에는 직원 면접 일정이 있습니다.

이번에 채용하는 분은 저와 직접 부딪히며 일하기보다는 실무자들과 함께 어울려 일할 분이기 때문에, 실무 면접관의 판단에 방점을 두고 그 시선이 괜찮았는지를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면접에 임하려고 합니다.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번 면접은 단순한 채용의 과정이라기보다는, ‘면접’이라는 행위와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해 제대로 묻고 싶습니다.


서류보다는 면접이, 면접보다는 함께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 그리고 단기간이 아닌 1년, 3년이라는 시간을 지켜보며 일관성과 성장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 한 사람을 제대로 알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면접은 단 한 번의, 짧은 만남 안에서 오래 함께할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결국 첫인상이 판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까지 조리 있고 똑 부러지게 잘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마음이 끌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과 말의 매끄러움이 실제 일하는 태도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저는 여러 번 경험해 왔습니다.


입사 당시 또렷하고 경쾌했던 사람이, 막상 함께 일해보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느낀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은 이병철 회장의 일대기에서도,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원칙 하나가 깊이 남았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마라.”


한 사람은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운’을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로 쇠하는 기운을 들여 오기도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운이 흥하는 사람을 곁에 두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아직도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면접은 한 사람의 인성과 역량을 확인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판단하는 자리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젊은이의 일대기를 꼭꼭 쥐어짜서 꺼내어 듣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면접관에게도, 면접자에게도 무겁고 조심스러운 순간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사람을 잘 만나기 위해 수많은 면접 기법과 질문이 개발되어 왔지만, 지금의 나이에 돌아보면 결국 본질은 그 사람의 신념과 가치관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가슴에 품고 싶어 한 가치가 단순히 외운 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직접 체득한 것이고, 그것이 회사의 비전과 잘 어울린다면, 그는 회사가 찾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면접관으로서 면접자를 대할 때, 저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라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을까?’

그 시절의 나였다면, 저 자리에 앉아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저라도 그 질문들 앞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제한된 시간 안에 분명하고 온전히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면접장에 앉아 있는 그들에게 더 예의 바르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도록 말문을 열어주고, 사람이 사람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말했습니다.

“면접자에게 단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묻겠다.”


그는 이 질문을 통해, 특출난 능력의 증거가 있는지, 그리고 진짜로 문제 해결을 주도한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제 들었던 이병철 회장의 원칙도 결국, 삶 속에서 직접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며 만들어낸 철학이었을 것입니다.


신념과 태도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 속에서 다듬어지고, 직장이라는 삶의 터전 안에서 더욱 깊어지고 발전해 갑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의 흔적이 전혀 없고, 그로부터 비롯된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취업만을 바라는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공간의 분위기가 환해지고,

맹하지만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지고,

실수한 뒤에는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누군가의 위로에 웃으며 다시 힘차게 시작할 줄 아는,

그런 젊고 싱그러운 사람을, 멀리서라도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듭니다.


면접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또 다른 인생이 맞닿는 순간입니다.

어쩌면 운명 같은 인연이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릅니다.


그 어마어마한 만남 앞에서, 저는 그들의 말보다 삶의 태도에 귀 기울이려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합니다.

좋은 사람이 오기를.

그 사람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