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by 가치지기

아이야


아이는

온 우주를 한껏 머금은 장엄한 존재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왔고,

그 무엇이 되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작고 갓난해도

영원으로부터 온 아이는

이미 다 가지고 여기 왔으니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어주고,

'뜨거운 믿음의 침묵'으로 눈물의 기도를 바칠 뿐이니


아이야, 착하고 강하여라

사랑이 많고 지혜로워라

아름답고 생생하여라


맘껏 뛰놀고 기뻐하고 감사하며

네 삶을 망치는 것들과 싸워가라


언제까지나 네 마음 깊은 곳에

하늘빛과 힘이 끊이지 않기를


네가 여기 와주어 감사하다 사랑한다


- 박노해 -

박노해 사진에세이 <아이들은 놀라워라> 수록



퇴근길에 해병 의장대 대장 노은결 소령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았습니다.

노은결 소령은 자신이 겪은 폭행, 협박, 사찰을 폭로하며, 군 내부와 대통령실의 부조리를 고발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까지 신변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는 침묵 대신 진실을 선택했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라는 순수한 의지로 나섰지만, 그 선택은 참혹한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공포스럽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정부를 비판하던 이들이 사라졌다가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공포를 반쯤 이해하던 소년이 오늘날 그 악몽 같은 현실을 마주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프고 참담했습니다.


노 소령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아내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편지에는 개인의 두려움을 넘어 가족에 대한 사랑,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현 정권은 너무나 문제가 많다.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감시, 협박, 위협은 물론이고 멀쩡한 사람도 코너로 몰고 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한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죽고 남게 될 가족들이 걱정이다.

천륜까지 절연하고 당신과 오롯이 살아왔는데,
그리고 우리 사이에 태어난 소중한 선물이 있는데,
고집스럽던 그 성격이 이러한 결과로 만든 것 같아요.

근원적인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며 그 이유가 다른 것들이라고 에둘러 이야기했지만,
사실 감추고 속이는 것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나의 죽음으로 부정, 부패 정권의 종식 같은 바람은 없다.
다만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 것이라고 했기에,
내가 죽더라도 당신과 우리 아이가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었다.
그저 평범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무얼 얻고자 그리했는지 지금도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내 불안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안에만 가두어 미안하고 이제 날개를 달고 꿈을 펼치기 바라요. 더 좋은 대동세상에서 당신과 우리 호야가 웃으며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결핍은 아프고 힘들지만 또 다른 성장의 자양분이 될 거라 믿어요.
나의 부재와 결핍으로 조금만 힘들고 지나가기를, 이 또한 지나갈 테니.
우리 호야가 이야기해 준 불러준 블루 러버는 여기까지입니다.

많이 사랑하고 미안하고 고마워요.

-노은결 소령이 아내에게 쓴 편지글 -




늦게 가진 만큼 더 소중한 딸... 천륜까지 저버리며 선택한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지키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였지만, 부모로서, 군인으로서 느낀 책임감 역시 거절할 수 없었던 노 소령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딸에게 박노해 시인의 ‘아이야’를 낭송하며, “네가 여기 와주어서 감사하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기 전 그의 머금었던 몇 초간 눈물의 침묵은, 보는 이들마저 대신 울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고 나누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름다운 글, 지혜, 사랑과 수많은 도움이 되는 정보들, 독서, 일상의 성찰에 대한 기록은 나와 우리를 연결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합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시대의 역사의 반복되는 부끄러움이 더 이상 다시는 결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자녀들이 더 나은 세상에 살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우리 자녀들은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아이들과 이 생에 함께 있을 때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도록 뜻을 같이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고,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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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링크(Click) : 해병 의장대 대장 노은결 소령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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