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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Oct 30. 2021

엄마 껌딱지


우리 딸은 소문난 엄마 껌딱지다.


14개월 동안의 완모 때문이었는지

아이의 기질과 감각적인 특성 때문인지

나의 양육태도 때문인지

우리 아이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무서울 때나.. 언제든 계속 외쳐댔다.


"엄마~~~~~"


가끔은 귀를 막고 싶을 정도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그런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 "엄마 껌딱지"

딸은 이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을 참 좋아하는 거 같다.

엄마 껌딱지라는 그림책의 제목은 진정한 엄마 껌딱지인 우리 아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내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괜찮은 거야 당연한 거야"라며 타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것이 그림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이 책을 접한 뒤로 우리 딸은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엄마 껌딱지야!"





그림책에서는 우리 아이처럼이나 엄마와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아이가 등장한다.

엄마 냄새가 좋다는 이 아이.

얼마나 엄마랑 함께이고 싶었는지.. 이 마음이 극에 다다라서 엄마 치마 속에서 살고 싶다는 환상까지 만들어 낸다.


엄마와 어디든지 언제든지 늘 함께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와 우리 아이의 마음에 담긴다.



우리 딸은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내 품에 더 파고들면서 킁킁거리며 내 냄새를 맡고, 내 허리를 꼭 껴안기도 하고, 원피스를 자주 입는 내 치마 속에 들어가도 보면서 엄마와 붙어있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표현한다.


나 역시 기꺼이 아이를 받아들여주고 수용해 준다. 엄마와 함께하고 싶은 너의 욕구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나도 아이와 함께 상상을 해보고 같이 즐거워한다.


어느덧 46개월인 우리 딸은 (예전보다 확연히 줄긴 했지만) 이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때로는 이제 치마에 들어오기엔 너무 커버렸는데.. 너무 엄마만 좋아하고 붙어있고 싶어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는 붙어있는 것과 떨어지는 것을 일평생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관계가 우리의 아주 근본적인 욕구라면.. 이렇게 충분히 붙어있어 보는 경험을 통해서 그 힘들다는 떨어짐을 향해 조금씩 연습해 볼 수 있다는 걸 떠올린다.  


아마 그림책 주인공인 아이 엄마도 그러했던 거 같다.

아이가 엄마 치마 속에서 살고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 두니까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영원히 둘만 있을 것 같은 세계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친구 마티아스.

엄마 껌딱지인 아이를 놀려대는 다소 얄미운 친구


아이는 마티아스를 엄마의 치마 속 자신의 공간에 초대해서 같이 놀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이의 관계는 늘 엄마와 함께, 엄마와의 관계로부터 확장된다.


엄마의 치마 속, 없는 게 없는 공간.

둘은 엄마와 함께 엄마의 치마 안에서 함께 춤도 추고, 수영도 하고 신나게 논다.



그러다가 실컷 놀았는지 이제는 심심한가 보다.

둘은 함께 열심히 사다리를 올라, 치마 밖의 공간으로 나가본다.  


그리고.. 엄마의 치마 밖에서는 예전엔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점점 아이의 관계가 확장되기 시작한다.



엄마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없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놀다가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어 엄마가 오면 엄마를 반기지만

"엄마 벌써 왔어요? 나 친구들이랑 더 놀다 갈래요!" 하고 이야기할 만큼 훌쩍 자란다.



소문난 엄마 껌딱지인 우리 딸.

딸을 양육하며 참 어렵고 버거운 순간이 많았다.

조심성이 많고 수줍음이 많은 우리 아이는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늘 엄마 치마 언저리만 맴돌았으니까.

누가 말이라도 걸면 엄마 치마를 꼭 붙잡고 숨어들었으니까.


아마 이 아이도 그러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는 주인공 아이를 공감하며 즐거워하고, 나는 주인공 아이의 엄마를 보며 참 많이 배운다.


아이가 자신에게만 꼭 붙어있든, 새로운 친구를 사귀든, 나에게서 벗어나 관계가 확장되며 이제 나 없어도 재밌게 잘 노는 아이를 보면서든.. 이 엄마는 늘 한결같다.


아이가 스스로 치마 밖으로 나오기 전에 엄마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다.

친구를 초대해 엄마와 함께 노는데도 엄마는 기꺼이 공간을 내어준다.

엄마 품을 떠나 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도 엄마는 아이를 향해 잔잔히 웃어준다.

엄마는 시종일관 아이에게 지나치게 개입하지도, 또 그렇다고 방관하지도 않는 적절한 거리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준다.


엄마의 한결같은 태도가 아이에게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지 안다.

한결같은 엄마는 아이의 안전 기지가 되어주니까.

안전 기지인 엄마는 아이가 붙어있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나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의 속도를 맞춰준다.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 함께한다.



그래,



언젠가 우리 아이도 내 품을 떠나서 "엄마 벌써 왔어요?"라고 말할 날이 오겠지?

아이마다 시기가 다를 뿐. 아마 내 아이는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더 긴가 보다.


지금은 아직도 엄마 껌딱지인 딸이 걱정되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사실.. 지치기도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또 한편으로는 서운해질 거 같기도 하다.


그림책을 덮으며, 엄마로서 이 붙어있음을 조금은 더 충분히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와 나는 우리의 인생에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모습으로 꼭 붙어있는 걸 테니까.

참.. 손은 많이 가지만.. 엄마밖에 모르고, 엄마를 이토록 넘치게 사랑해 주고, 엄마에게만 오롯이 집중해 주는 우리 딸과 함께 하는 지금의 모든 순간을 몸과 마음에 꼭꼭 새겨두고 싶다.

그리하여 언젠가 엄마 품을 떠나 독립해 나갈 우리 딸을 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싶다.



딸아, 엄마도 네가 엄마 껌딱지라서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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