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떤 말과 행동이 아이들을 웃게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계속 웃게 해주고 싶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나와 같나 보다. 자기의 어떤 행동이 엄마를 웃게 하면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하며 웃는다.
오늘은 정신없이 빨래를 개고 있는데 행복이가 오더니 대뜸 고백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웃으면 기분이 좋아요"
내가 빨래에 압도돼서 인상 쓰고 있었나.....? ㅋㅋ
순간 그 말에 가슴 언저리가 보들보들 해짐을 느꼈다. 뭉클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나 보다. 어느새 내 앞의 아이도 헤벌쭉 웃고 있는 걸 보니. 그러더니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
귀엽다. 어제 본 그림책이 생각났구나. 빨래를 다 갠 후 아이와 그림책을 펼쳤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
늘 그랬듯 "행복아, 네가 태어나기 전 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럼 우리 아이는 짓궂게 웃으며 "내가 엄마를 골랐찌!"라고 한다.
나는 저 엄마로 골랐어요!
어떤 엄마였길래 하늘의 천사도 깜짝 놀란다.
ㅋㅋㅋ정말 뜨끔했다...
청소도 얼렁뚱땅. 요리도 엉망진창. 삼각김밥..
나...난데?ㅋㅋ
나를 어떻게 엄마로 골라주었을까?
내가 어떻게 이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로 선택될 수 있었을까?
나는 바라만 보기에도 아까운 이 어여쁜 아이의 엄마가 된 것에 감사가 넘친다.
아이는 자기가 엄마를 골랐다는 것에 콧구멍이 벌렁거리며 자신감이 넘친다.
볼 때마다 울컥하는 "나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는 거예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 시선보다 아이의 시선이 엄마에게 머무는 시간이 더 길고, 내가 주는 것보다 아이에게서 받는 사랑과 신뢰가 더 크다. 내가 어디서 이런 사랑을 또 받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엄마라면 좋아서 춤을 추는 우리 아이들
엄마가 웃을 때 더 크게 따라 웃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난다.
엄마를 고른 후 엄마 배속에서 엄마와 함께한 지 40주가 지난 어느 날, 아가는 드디어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엄마를 만나러 온다.
엄마만 힘들었을까, 우리 아기도 온 힘을 다해 힘차게 세상을 향해 나온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처음 만나던 그 순간.
자연분만이 아니라 수술을 해서 이틀 후 수유실에서 아기를 처음 안아 들었지만 아기 냄새와 함께 그 작고, 따뜻하고, 쌕쌕거리던 숨소리는 잊을 수가 없다.
그래, 바로 너였구나.
열 달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나와 꼭 붙어있던 내 아기
내 안에 품고 있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색색 거리는 작고 따뜻한 아이를 마주하고 안아봤을 때, 처음 느껴본 수많은 감정이 내 마음을 뭉근히 적셔왔다.
아.. 너였구나. 이렇게 생겼구나. 이 작은 발로 콩콩 찼었구나. 이 작은 손을 쪽쪽 빨았었구나. 이 작은 눈을 꿈뻑꿈뻑했구나. 이 얇은 머리카락이 휘날렸구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도 기쁘고 감격스러워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했던 그 시간이 불과 며칠 전인 것만 같은데.. 어느새 4년이 지나 말 좀 안 듣는다고 화내고, 약 안 먹는다고 고함치고... 요 며칠 아이 앞에서 웃기보다는 무표정하거나 단호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금쪽같은 내 새끼의 금쪽이의 속마음 시간이 생각났다.
어떤 엄마든 내 아이의 속 마음을 들여다보면 정말 펑펑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엄마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엄마의 생각보다 더 깊어서, 엄마의 상상보다 엄마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있어서..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 이 페이지는 2번, 3번 계속 읽어달라고 한다.
나는 딸의 귀에 대고 고마워, 고마워, 정말 사랑해, 엄마는 행복이의 모든 것이 다 좋아, 기뻐. 행복이 덕분에 엄마의 매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지 몰라라고 고백한다.
그러면 우리 딸도 작은 손으로 내 얼굴을 꼭 잡고 웃는다. "사랑해~~~" 하면서.
"행복아 너는 왜 엄마를 고른 거야?"
"엄마니까!"
"엄마라서 좋아?"
"응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의 뭐가 좋아?"
"다 좋아~~"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너무 좋아~~"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에게 매번 듣는 말이지만 "엄마가 다 좋다"라는 말에 참 기분이 좋다 ㅎㅎ
내가 많이 부족한 엄마인 걸 아는데.. 그럼에도 엄마면 다 좋다는 이 순수한 5살 아이가 참 고맙다.
그래, 세상 어떤 엄마가 엄마라는 고귀한 이름을 부여받을 만큼 완벽할 수 있을까.
잘 키우고 싶으니까, 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에 이것저것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보다,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정말 내가 이 아이의 엄마로서 선택된 것이라면.. 이 아이가 하나님께서 내게 거저 준 최고로 값진 선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말로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 더 많이 귀하게 여겨주고 싶다. 너희로 인해 엄마가 기쁘다는 걸 더 많이 표현해 주고 싶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태어났다는 아이의 귀여운 고백처럼..
너로 인해 내가 많이 기쁘다는 걸 말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계속 표현해 줘야지
행복아, 복댕아. 엄마는 너희들로 인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어.
너희와 꼭 붙어 지내는 이 시간이 좀 힘들긴 해도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다?
사랑하는 내 아가들, 이런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해 줘서 너~~~ 무 고마워. 너~~~ 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