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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Oct 21. 2022

항상 같은 문제에서 넘어지는 엄마에게

(아이의 속마음,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오늘 길을 가다가 행복이 친구의 엄마를 우연히 만났다. 

대화를 나누는 중 친구 엄마가 "00가 행복이랑 놀고 싶은데, 행복이는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한다고 그래서요"라고 한다.

아.. 00 친구.. 행복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군데. 

순간 당황했지만 웃으며 

"아, 우리 행복이가 수줍음이 좀 많아요. 그래도 친해지면 누구보다 더 말을 잘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러 가지 나눴던 대화 중에 딱 그 한마디만 마음에 꽂혀 맴돈다. 

"행복이는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한대요"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박힌다.

어쩌면 엄마로서의 내 열등감이었을까. 지나친 염려와 걱정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자기 전 아이와 대화하다가 속상하고 걱정되는 내 마음에 다그치듯 이야기했다. 

친구가 이야기하면 대답을 빨리하라고. 

이 말을 하고 싶었다, 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는 네가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고, 좀 더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고, 그저.. 네가 더 행복하면 좋겠으니까, 

사실 이건 

아이의 관점이 아닌 엄마인 내 관점이고,  

아이의 수준이 아닌 엄마인 내 수준이었다.  

행복이가 "엄마 나는 아직 부끄러워"라고 한다. 

속상하다. 걱정된다. 

그래도 속마음을 말해 준 아이가 고맙고 짠해, 그래도 엄마가 항상 네 편이라고 그러니까 더 용기를 내라고, 점점 연습하다 보면 더 용기 있어질 거고 빨리 대답할 수 있을 거라는 상투적인 이야기 속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가 잠들고,  서성이는 마음을 붙잡고자 집어 든 그림책 한 권이 날 울린다.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심술꾸러기, 외톨이, 우두머리, 울보, 싸움꾼, 겁쟁이, 괴짜.. 저마다의 문제 같은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의 속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림책. 왜 그런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담담히 표현해 내는 그림책.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다가 내 손과 눈이 얼음처럼 멈춘 구간,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나는 그냥 엄마 옆에 있는 게 편해요.


그저 부끄럽다고 표현한 아이의 속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행복아, 엄마는 왜 항상 이 부분에서 널 더 믿어주고 기다려주지 못할까. 

왜 매번 항상 같은 문제 속에서 엄마는 넘어질까. 

그래서 잘 자라고 있는 너를 왜 문제 있다고 여기고, 더 다그치고 있을까. 

사실 너는 어린이집을 정말 좋아하는데, 

친구들과 서툴지만 점점 더 상호작용 해나가는 모습에 선생님도 칭찬할 정도인데, 

엄마가 봐도 예전보다 훨씬 용기 있는 어린이가 되고 있는데. 

엄마의 수준과 관점을 내려놓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너의 수준과 너의 관점에서 네가 잘하고 있다는 걸, 잘 자라나고 있는 걸 봐주고 싶은데, 엄마도 이렇게 많이 서툴다.  

그래, 서투니까 더 들어야겠지.. 

아이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이는 엄마가 되고 싶다. 

너의 언어와 행동을 통해 네 마음을 열심히 듣고 싶다. 

그래야 너의 행동 이면의 감정과 욕구에 엄마가 더 주목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을 빨리하고, 잘하고 못 하고 보다 네가 네 모습으로, 속도대로 자신감 있게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텐데, 분명 예전보다 더 잘하고 있는데, 엄마가 엄마의 기준과 속도에서 자꾸 너를 재촉하는 것이 그저 미안하다. 

서투니까 매일 이렇게 기도로, 일기로, 그림책으로 내 수준과 관점을 내려놓는 걸 연습해야겠다. 

내일은 같은 문제에 또 넘어져 널 다그치는 일이 없기를, 

너의 노력의 과정을 바라보기보단 결과만 놓고 실망하지 않기를, 

좀 더 너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그냥 너의 모습 자체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길, 



엄마가 더 잘 들어줄게, 사랑하는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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