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실업자의 생활

내려놓았을 때 다른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었다.

by Happyman

어쩌다 실직자가 되고 나서 나를 괴롭힌 것은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삶을 살면서 아픔도 있고 고비도 있기는 하겠지만 연달아 터지는 어려움 때문에 나는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저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정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난 듯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들을 버린 것 일수도 있겠지만 당장 내게 벌어진 이 상황은 나 홀로 걷고 해결해야만 했다.


남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참 민망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상대방도 힘들다고만 이야기하는 나의 소리에 도저히 끝가지 들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밀려오면서 해결되지 않는 그 외로움은 나를 정말 힘들고 어렵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 놓지 못해서 마땅히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고통스러운 삶을 조금도 이해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그들의 어설픈 격려와 위로가 도리어 나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못했다. 나만 이런 일들이 있는 것은 아니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라고 마음을 잡고자 노력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만 힘든 것 같았다. 힘들어도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았다.


나는 점점 숨기 시작하였다. 평소 나가는 성격이 아니지만 더욱 집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더욱 줄고, 오로지 서재 안에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소설 즉, 나의 고통에 대한 이유를 나름 상상하며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설인지라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내 마음은 분명했다. 왜 이렇게 힘든 것이냐고?

그 답만 알고 있으면 언제쯤 풀릴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이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것만 같았다.


새벽이든 아침이든 교회에 가서 그분께 기도를 드렸다. 웬만해서는 그분을 원망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달라고 부르짖었다.


내가 그렇게 나쁜 일들을 한 걸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는데, 잘하지는 못해도 잘못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기만 했다. 이해를 하고 묵묵히 해쳐나가려고 해도 상황이 점차 힘들어지다보니 처음과의 마음과 다르게 포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똑같은 기도만 드렸던 것 같다. 기도를 한 후에 무엇인가 변화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변화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 또다시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에게 복이 흘러가지 위해서였다. 그래서 고통의 도구를 통해서라도 너를 다듬어야 했다!”


예배 가운데 담임 목사님의 말씀 가운데 깨닫게 된 말씀이었다.


나는 그렇게 잘못한 사람이 아니고 못난 사람이 아닌데도 그분은 내가 그의 사명을 감당할 무엇인가의 부족함이 있음을 분명 알고 계셨다.


큰 이벤트로 알게 하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인격적인 그분은 나 스스로 알 수 있게 지금까지 기다리고 계신 듯했다.

이제 곧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그분의 인도하심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 아들은 아직 어리다. 키가 커가고 나이가 점차 늘어간다고 해도 내 눈에는 부족한 아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아들들은 자기들이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신감은 높이 평가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부족한 아이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아이에게 내가 무엇을 맞기고 시키겠는가? 시키는 것은 분명 부모가 아닐 것이다.


그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이런저런 기회들을 많이 주셨는데, 그분의 입장에서는 분명 부족하고 연약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로 나를 단단히 고치시기를 마음먹으신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깨닫고 이해해서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분이 원했던 그때에 멋지게 해낼 그분의 자녀를 기대하셨던 것 같다. 해야 할 많은 기회들을 계획하고 계셨지만 아직까지 담아낼 그릇이 되지 않아 이런저런 못난 부분들을 다듬고 계셨던 것이었다.


나는 참 교만했던 사람이었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때론 무례하게 대했던 사람이었다. 욕심이 많은 욕심꾸러기였다.


욕심과 생각을 내려놓았을 때 다른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었다.

미움을 내려놓았을 때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 일을 할 수 있었다.


“좀 더 빨리 깨달을 걸... 힘들 때 뒤늦게 깨닫는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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