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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Dec 13. 2017

[어쩌다 제주]2017년_이런저런 새로운 둥지틀기

2017년 1월 10일

2017년 새해맞이

무심코 내려와 좌충우돌하는 사이 제주의 생활이 또 바뀌어 한 해가 시작된다. 지난해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조직에 둥지를 텄다. 도시재생이라는 낯선 카테고리에 발을 들여놨다. 공동체와 마을조직 등 익숙한 분야의 업무들이 많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 낯선 분야임은 분명하다. 


업무에 관해서도 처음에야 열정적이었지만 겨울이 오가며 해 바뀜을 거치는 동안 지난 몇 달의 시간만큼 무뎌지며 무감각해졌다. 제주에서 난 무엇을 하며 살아가려는 것일까. 억지로라도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예정된 일정이 겹쳤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전 10시 제주시청과 오전 11시 서귀포시청에서 위촉장 수여식이 있다. 내용도 동일하게 마을 만들기 워킹그룹(제주시)과 매력 있는 마을 만들기(서귀포시) 위원으로 위촉장을 받는 자리다. 어디 하나 빠질 수 없는 곳이다.


내가 택한 길은 2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선택이다. 10시에 제주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그 즉시 서귀포시청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는 스케줄을 선택했다. 양쪽을 다 놓치기가 싫었다.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군데 모두 나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다른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한 가지 약속을 후순위로 밀어낸다는 것이 도무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다행히 제주시에서는 20분 만에 행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내 차의 성능이 5.16 도로를 넘으며 속도를 내기에는 영 역부족이다. 나와 같이 출발한 일행이 이미 도착한 사이 나는 가장 늦게 회의장에 들어섰다. 미안한 일이지만 나름 '세이프'다. 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리에 앉아 인사말을 할 수는 있는 시간이 생겼다. 

두 군데 모두 나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다른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한 가지 약속을 후순위로 밀어낸다는 것이 도무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제주에 와서 2년이 넘고 3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사이 도와 시에서 몇 가지 분야의 위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그중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일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올해는 서귀포시까지 덧붙였으니 현재 활동 중인 위원회가 3곳이 됐다.  그 이상 더 확대할 일이야 많지만 제대로 활동하는 공식적인 행정과의 협업은 3가지로 국한하기로 했다. 이밖에 사단법인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활동도 포함하면 그래도 많다.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한다. 일의 가짓수도 가짓수지만 내실을 기해야 할 상황이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아직까지는 헛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나름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스스로에게 되묻는 일을 등한시할 수 없다. 나는 제주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진정 제주가 좋아서 이곳에서 혼자 지내는 것인가. 아님 다른 이유라도. 그것이라도 있다면 진정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 심지를 잡고 흔들리지 않고 가려는 모습은 아직 열정이 살아있다는 흔적과 가깝다

스스로 되물어보는 시간들을 갖다 보면 역설적으로 가슴속 한편이 휑뎅그렁하다. 혼자인 시간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것 때문에 오고 그 시간을 이용해 무엇을 해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은 어쩌면 좀 더 잘 지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누군가에게는 인정받아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나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굳이 누구를 지칭하지 않아도 사람이 무언가 심지를 잡고 흔들리지 않고 가려는 모습은 아직 열정이 살아있다는 흔적과 가깝다는 이야기다.


연초를 맞아 서서히 워밍업 하는 시간이지만 해돋이나 겨울바다만큼이나 한 해의 시작은 섣불리 성큼성큼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속도를 줄이기도 힘든 시간이다. 제주가 어느덧 익숙한 근거지가 되어가고 있다. 제주와 친해지려는 가보다. 


반대로

견디기 힘든 겨울밤에는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빈도수가 는다. 이 겨울이 견디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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