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선사한 아침 산책

by 너구리

요 며칠 사이 '버스'가 나를 깨우는 시간이 일러졌다. 통상 7시 30분에 기상을 하는 내게 7시 전에 침대 옆에 와서 부산을 떨기 시작하더니 어제부터는 6시에 와서 나를 툭툭 치기 시작한다. 자기는 산책 갈 준비가 되었으니 빨리 일어나라는 신호다. 2시 넘어 겨우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는데 6시에 잠을 깨우니 도저히 눈이 떠지지를 않는다. 하도 재촉을 하기에 2층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내보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혼자 산책을 하라는 신호다. 아니면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죽치고 있던가.


아침잠을 겨우 떨치고 일어나니 8시 다되었다. 번뜩 생각이 나서 문을 열어 주었더니 왜 이제야 문을 여냐며 펄쩍펄쩍 튀어 오른다. 녀석으로서는 반가우면서도 항의성 행동이다.


오늘 아침도 예외 없이 나를 툭툭 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침대 위로 오르려 하며 나를 깨운다. 다행히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10시경부터 곯아떨어진 관계로 잠이 서서히 깨던 차였다. 나름 힘을 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녀석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녀석은 내가 바지를 입는 순간 밖으로 산책을 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맘이 급하다. 내 앞으로 왔다 갔다 하며 빨리 계단을 내려가자고 재촉한다. 잠시 기다리라며 옷을 걸칠 때마다 내 주위를 돌더니 계단에 한 발을 걸치고는 내가 내려오는지 서서 뒤를 돌아본다. 내가 핸드폰을 챙기랴 시간을 지체하고 모자를 찾고 양말을 신을 때마다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 급기야 계단을 내려가지 마음이 급하게 나를 앞서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가슴 줄을 묶고 문밖을 나선다. 아침 6시 5분이다. 녀석 덕분에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선다.


내가 키우는 개의 이름은 버스다. 진돗개 믹스견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따라온 연유로 유기견에서 본인의 살 자리를 스스로 찾은 대견한 개다. 그것도 생후 2개월여 만에. 암튼 녀석과의 산책길은 늘 동일하다. 집 위에 위치한 망해버린 펜션단지인 조이빌까지다. 그 길의 끝은 막다른 길이다 보니 천천히 왕복하면 30분, 빠른 걸음으로 재촉하면 20분이 걸린다. 아침 산책길에 진돗개에게는 너무나 바쁘다. 냄새를 맡을 것을 한두 개가 아니가 새들을 잡겠다고 덤벼드는 바람에 온 몸이 갑자기 딸려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기 영역이라는 소변을 보고 대변까지 해결하고 나면 아침의 할 일은 끝난다. 하지만 녀석이 점점 더 새로운 장소에서 머무는 일이 길어지면서 산책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오늘은 해가 매우 강한 여운을 남기며 오름 사이에서 빨갛게 오르고 있다. 버스 덕분에 해돋이를 본다



펜션단지는 폐허처럼 낡아가고 있지만 두세 집 정도가 여전히 그곳에서 거주를 하고 가끔가다 외부의 단체가 찾아와 간단한 행사를 하곤 하지만 이미 사람의 온기가 사라져 버린 조립식 주택은 폐허의 분위기가 한껏 강하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실체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왜 거기 사냐고 물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으니 아직은 정확한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오늘은 해가 매우 강한 여운을 남기며 오름 사이에서 빨갛게 오르고 있다. 버스 덕분에 해돋이를 본다. 엄청 커다랗고 둥근 붉은색이 따스한 기운을 품고 오르더니 머지않아 눈이 부셔 바라볼 수도 없을 지경으로 나와 거리를 비춘다. 상쾌한 봄볕이 걷는 마음을 상쾌하게 해 준다. 일주일도 되기 전에 활짝 핀 벚꽃잎이 언제 화려했냐고 반문하든 온 길거리를 흩날리고 있다. 벚꽃이 조금만 더 오래 피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봄의 실체가 좀 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지 않았으려나. 피는 듯 바로 꺾여버리는 봄꽃에 시간과 화려한 영광의 허무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려오는 길 아침이 길어지면 삶이 윤택해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여전히 7시가 안 됐다는 것은 즐거운 시작이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하면 짜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시작부터 짜증스러운 이유는 없는 일이니.


2022년 4월 8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