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이 안개에 가로막혀 과연 이 길로 차가 다닐 수 있을까시피 어렵게 도착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 신기하다.
밤새 잠을 못 자 뒤척이다 예전과 같이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오전 7시 마지막으로 잠자기 전 시계를 바라보았을 때 확인 한 시간이 새벽 3시 29분. 수면제를 먹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잠을 청하다 몸이 움직인ㄷ. 머릿속이 복잡해 핸드폰으로 OTT를 열어 보던 전쟁 드라마를 누르고는 잠을 청한다. 잠이 올리가 없다. 핸드폰을 끄고 머리 속을 비우는 사이 잠이 들었다. 그 사이 화장실 가느라 한번 깨었다. 결국 3시간 잠을 잔 셈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오전 오후를 보낼까 걱정인데 그럴 시간이 없다. 오전이 2건, 오후에 2건의 미팅이 있다. 그리고 저녁 약속까지. 그때 가서 걱정하면 될 일 이기는 하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시간은 가게 되어있으니.
잠시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양말을 신고 세수를 하고 바지를 입고 계단을 내려가자 나보다 먼저 '버스"(집에서 함께 지내는 진돗개 믹스견)가 계단을 먼저 내려간다. 맨 끝자락에서 내가 내려오는지 기다리고 있다.
귀신처럼 산책 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는 나와의 유대가 그래서 좋게 시작한다. 저녁까지 유지되는가는 하루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어제 흐리고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하늘이 거치고 푸르름으로 뒤덮었다. 아니 무엇을 덮은 게 아니고 원래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거칠게 없다. 구름이 아쉬움을 달래려 가볍게 걸쳐있다.
가시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시야에 보이는 섬의 선명함이다. 최선으로 명징하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보일 수 있는 섬이 다 보인다.
눈앞에 커다랗게 바다 한가운데서 시선을 사로잡는 게 여서도다.한반도와 떨어진 제주와는 매우 가까우니 흐리지 않으면 보이는 섬이다. 서쪽으로 구름에 떠있는 듯한 넓은 섬이 청산도일 게다. 그 옆으로 지나면 보길도다. 남쪽의 섬들이 집의 책상 앞에서 보이는 호사는 중산간에서 사는 좋은 점이다.
문을 열고 깊을 나서니 바람이 상쾌하다. 중산간의 날씨는 아직 아침나절과 한밤중에 써늘함을 걱정한다. 긴팔을 입지 않으면 바깥에서 오래 견딜 수 없다.
길가의 무꽃이 화려함의 절정을 보이고 봄의 시기를 접고 있다. 늘 궁금하다. 저 희고 보라끼가 섞인 잎들과 함께 흐드러진 꽃이 무꽃이라니. 상상도 그렇지만 상호 매칭이 되질 않는다. 풀은 이미 여름을 향해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중이고 몇몇 나무와 식물이 엉켜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그 사이 이 시절 꽃의 주류를 차지할 수국의 꽃잎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조만간 왕방울만 한 수국이 거리를 사로잡고 수많은 사람들이 명소를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들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아주 좋아하는 산수국이 좁쌀 같은 꽃의 모양에서 하나 둘씩 꽃잎의 자태를 갖추며 보라색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저 꽃들이 다 피면 한여름이 될 테지만 지금부터 자신의 개화시기를 위해 산책길에 새로운 색채를 보여주는 일이 여간 반갑지 않다.
길가의 무꽃이 화려함의 절정을 보이고 봄의 시기를 접고 있다.조만간 왕방울만 한 수국이 거리를 사로잡고 수많은 사람들이 명소를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들 것이다.
싱그러움은 아침산책의 최고 덕목이다. 불행히 총 천연 색으로 화려했던 들꽃들이 조금씩 봄의 자취를 지워가는 시기가 되어간다. 꽃의 화려함과 함께 시들한 꽃잎이 함께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팽나무의 앙상한 가지가 푸르른 잎으로 채워졌을 때 겨울 폭낭의 특유의 쓸쓸함과 장엄함이 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화려함으로 한없이 지속될 듯한 총천연색 화려함이 색은 유지하고 있는데 모양새는 조금씩 끝을 향해 달려가니 말이다 이미 붉은 튤립처럼 간간히 불쑥 짙은 붉은색을 자랑하는 아마릴리스 꽃 역시 한쪽은 활짝 만개하고 있는데 한쪽은 시들어 축 쳐진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 무엇보다 들길에 만발한 노란색 금관계국과 데이지가 이제 수 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아쉽다. 금관계국의 샛노란 빛은 초봄의 유채보다 훨씬 더 강력한 노랑을 자랑하지만 무엇보다 빛이 나는 건 들판에 함께 핀 데이지가 곁들여져 있을 때 화려함이 다양함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런 데 데이지가 제풀에 꺾이어 잎이 오그라들고 달걀 모양의 꽃 중 흰자들이 시들해지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제 이 꽃들을 볼 날 들이 얼마 안 남았구나. 제 철을 읽어 화려함을 숨긴 진달래의 잔영이 아직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있으니 그나마 색 측면에서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봄철의 이름 모를 들꽃들이 색의 보조를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는데 계절의 변이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니 그게 아쉬울 다름이다.
바다의 선명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볕에 나가면 한 여름과 같은 볕이 비칠 듯싶다. 시원한 바람이 있으니 아직 여름이 아니고 오월인 것이다. 마지막 오월 아침에 내 눈으로 본 산책길을 기억의 단면을 덜어내듯 덜어내고자 한다. 그 사이 도청에서 혹시 선거운동에 관여된 활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밑도 끝도 없는 전화를 받고 보니 아침의 산책은 새로운 도전과 전투를 위한 좋은 휴지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의 활동 명분이 모든 아침의 기억을 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나마 중산간에 사는 작은 보람을 선사해주는 산책길은 여간 싱그럽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 깊은 동네에 사는 것이 이런 느낌이로구나. 다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