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10
꽃담은 꽃처럼 화려한 무늬로 꾸민 담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면 직유적 여구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꽃담’과 ‘풀담’을 여럿 만나게 된다. 태어나 줄곧 도심의 아파트 단지에서만 살아 본 내게는 꽃과 풀을 얹은 가옥의 이미지가 한참 낯설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좋은 자극을 받는다. 입방정을 떨자면, 마치 대규모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를 무료로 관람하는 기분이다. 집이 참 집답다, 라고 늘 감탄한다. 저런 집의 주인이 되어 정성껏 꽃과 풀을 가꾸며 살아 보고 싶다는 꿈도 가져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소설 중 황지호 작가의 「귀가(歸家)」라는 작품이 있다. 고향 초가집의 철거 과정과 병든 노모의 생애를 주인공인 목수의 시선으로 담담히 그린 이야기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쓴 내 글에 「집의 죽음을 쓰다,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되살리다」라는 제목을 붙였었다. 나중에 내 책에 실을 때는 「부동산의 전생은 집이었다」로 제목을 새로 지었다(임재훈 저 『문장을 부르다』에 수록 / 2026년 봄 출간 예정). 소설을 읽으며 사람의 집이 산(産)이기 전에 생(生)이었음을 깨달았고, 그러한 감상 요지를 글의 본문과 제목에 드러낸 것이었다. 주택가 골목의 꽃담과 풀담 사이를 걸으며 다시금 「귀가」를 기억하고 집의 생명성을 명상한다. 사고파는 집이 아닌 기르고 가꾸는 집의 주인이 되기를 꿈꾼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