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가을] #4
급하게 동기들과 선후배들 곁을 떠난 대학 시절 형의 성묘 날. 헌화할 꽃을 사고, 잠든 형을 잠시 깨우러 묘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풀숲에서 폴짝거린다. 자기들끼리 졸랑졸랑 노는 중이었나 보다. 몸놀림이 날래고 볼퉁이가 동글동글한 ‘치즈냥이’와 ‘삼색냥이’다. 아주 어린 것 같진 않고 두세 살쯤이나 돼 보인다. 경계심 못잖게 장난기도 다분한 모양인지, 이따금 나를 흘겨보면서도 둘이서 놀 건 다 놀고 있다. 형 보러 갈 참이었던 것도 잊고서 야옹이들을 물끄러미 구경하다가 풉, 웃음이 터지고 만다. 녀석들이 뛰노는 풀숲에 세워진 주의문 때문이다. 나뭇결이 선명한 널판 표면에 ‘사유지이니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빨간 글씨라서 경고의 시각성이 배가된다. 그 앞뒤로 아무렴 어떠냐는 양 야옹이 둘이서 쉴 새 없이 깡똥거린다. 누가 보면 쟤들이 저 사유지의 주묘(主猫)인 줄 알겠다. 그렇게 웃음기를 머금고서 형을 만나러 출발한다.
늦여름에 생애 처음으로 깨어난 형은 한겨울에 영영 또 자러 들어갔다. 나는 그 두 계절의 사이, 초가을에 성묘를 하러 간다. 생일과 기일 한가운데에 놓인 공백이라 해야 할까, 그 텅 빈 시간을 이따금 메워 준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산책 나오듯 형을 보러 여기 온다. ⋯⋯라고 쓴다면 어쭙잖은 과잉 감성이고, 실은 추석을 즈음해 인사차 들른다는 의미가 더 크다. 어쨌든 이날은 처음으로 고양이 두 마리와 후배의 웃음이 형이 누운 가을을 간지럽혔었을 것이다. 기분 좋게 깨어났다가 흐뭇이 다시 잠들었기를. 또 봐요 형.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