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19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소나무숲이라 한다. 한자어로는 송림(松林)이다. 솔숲, 솔수펑, 솔버덩이라는 단어들도 있다. 소나무 중에 수령이 어리고 유달리 가지가 소담스러운 것은 왜송(倭松) 또는 다복솔이라 부른다. ‘다복’은 많을 다(多)에 복 복(福)이 아니라, 풀이나 나무가 탐스럽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소복한 걸 다복하다, 수북하면 더북하다고 표현하는데, 말을 살짝 늘여서 다보록하다·더부룩하다(‘배가 더부룩하다’라고 할 때와는 다른 용언이다)고 쓰기도 한다. 다복솔 중에 특히 키가 작은 것에는 아기다복솔이란 별칭이 붙는다. 다복솔이 울창한 숲을 이르는 다복솔밭이라는 낱말도 따로 존재한다. 소나무를 가리키는 이 모든 이름들이 왠지 애칭처럼 들린다. 수목(樹木)에 관한 상식이 얕은 터라 단정짓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나무들에 비해 소나무는 우리 선조들에게 꽤나 친근한 식물이었던 것 같다. 물론 학제적 근거를 갖고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는 얘기다. 사이좋은 사람들끼리 별명을 지을 때는 상대의 외모, 행동, 이름, 성품 등등을 소재로 삼아 얼마간 귀염성과 익살을 섞기 마련이다. 아마도 그러하듯이 소나무에게도 여러 호칭들이 생겨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무를 아기라 부르는 다정함이라니!
집 근처 솔밭 공원은 인근 주민들의 놀이터 겸 쉼터다. 자외선이 강한 한여름 맑은 날에는 훌륭한 그늘막이 되어 준다. 반려견 동반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덕에 강아지들도 수시로 그늘숲에 드나든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길고양이 서너 마리가 숲 이곳저곳에서 종일 산보객 구경이나 하고 앉았고, 연못에는 웬 거북이도 한두 마리 보이며, 그런 동물들을 느긋이 바라보는 사람들 한편에는 벤치에 드러누워 늘어지게 숙면 중인 이도 있다. 이게 다 소나무가 만만해서, 편해서 가능한 풍경이 아니려나.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