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20
동네 어느 카페에서 인테리어 팁 하나를 얻어 간다. 실외와 실내의 경계에 비닐 막을 펼친 공간. 곳곳 구김진 반투명 소재에 번지는 빛이 보시시한 무드를 자아낸다. 괭한 유리창을 투과할 때보다 볕기가 얼마간 포근한 느낌. 외부의 관상초 무리와 단정히 한 풍경을 이루는 내부의 화분 다섯 점이 목재 선반 위에서 은은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놓인 빨간 소화기 하나와, 옆에 세워진 전신 거울. 내압성 금속 용기 안에 분말 약제를 머금은 비상용 도구가 식물들과 이리도 잘 어울릴 수 있다니. 과장을 좀 섞자면, 멀찌감치서 일별할 경우 소화기조차 화분으로 착각하게 될 만한 이미지다. 발군은 역시 거울이다. 다섯 점의 화분을 열 점으로, 한 무리의 관상초를 두 무리로 우거지도록 한다. 단지 배경과 사물이 반사되었을 뿐인데, 내가 자리한 여기가 딱 두 배만큼 깊어지는 모양새다. 반사광 덕에 비닐 막을 넘어오는 빛다발도 훨씬 배가되는 듯하다. 공간 하나를 식물성으로 듬뿍 메우는 인테리어다. 따지고 보면 실내의 화초는 몇 안 되지만 체감하기로는 널따란 식물원의 한 모퉁이에 다다른 것 같다. 커피 주문하려다 말고 멍멍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거울이 그러하듯, 내 사진도 있는 그대로의 반영을 구현한다면 참 좋겠는데.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