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의 콜라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대학에 입학하기로 했을 때 가장 부담스러웠던 건, 학비였다. 당시 결혼 3년 차에 가진 돈도 없었고, 때마침 아이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위해 무리해서 집을 매수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었다. 외벌이 고정 수입에 각종 세금, 보험금, 주택 대출금, 생활비, 경조사비, 양육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면 집에서 대학생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데, 생활이 될까? 그건 정말 중요한 문제이자 현실이었다.
우선 장학금을 알아보았다. 면접 보러 학교에 갔을 때, 교내에 국가장학금 홍보물이 곳곳에 붙어 있었는데 그게 생각이 났다. 나라에서 장학금을 주다니, 라떼는 없었던 일이다. 내가 이십 대 대학생이던 2000년도 초반에는 학교 자체 장학금 외에 국가지원 장학금이란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09년도에 국가장학재단이 설립되고, 2012년에 국가장학제도가 시작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문물을 영접하는 자세로 한 글자 한 글자 뜯어보았다. 일단 신청하면 소득조사를 하고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 액수가 정해지는 시스템이었다. 소득분위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활용하여 설정하고, 1부터 10까지 차등하여 지급한다. 1분위에서 10분위로 갈수록 소득이 증가하는 구조이고, 분위에 따라 대략 260만원 / 190만원 / 180만원 / 60만원 / 30만원이 차등 지급된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것은, 혹시 지원대상에 나이 제한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다고 장학금을 안 주면 어떡하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관련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없었다! 그렇지, 학업에 연령제한을 두는 것은 매우 고리타분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닌가 생각하며 아주 당당하게 국가장학금 신청을 했다. 나는 결혼을 했기에 배우자가 보호자였다. 소득조사 가구원 동의를 하는데, 난 남편의 동의를 얻으면 되었다. 결혼 후 부모로부터 독립한 가정의 가구소득을 조사하기 때문에 장학금 지급 소득 범위 안에 무난히 진입할 수 있었다. 신혼부부 3년 차의 재산이니, 아주 만만했다. 그렇게 국가장학금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나라님! 그런데 말입니다. 대학 등록금이 많이, 아주 많이 비쌌다. 한 학기당 400만원대였다. 그러니 국가장학금만으론 당연히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엔 학자금 대출을 알아보았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이 되고, 이자가 저렴하다. 내가 대출을 받을 때는 1프로 후반 대였다. 학자금은 등록금 이내, 생활비는 학기당 150만 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거치기간과 대출기간을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돈이 생기면 언제든 갚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만약 이십 대 초반이었다면, 대출받는 것을 아주 두렵게 생각했을 것이다. 대출액의 크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걸 언제 갚나, 나 이제 빚쟁이네 하며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도 해볼만큼 해보고, 신용카드도 써보고, 결혼도 하고, 애까지 낳아본 여자가 아닌가! 이자가 너무 싸다며 쾌재를 불렀다. 이건 꼭 받아야 해-하며 아주 열정적으로 대출 약관에 모두 동의를 눌렀다.
결론적으로 내 등록금에 우리 생활비는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활에 큰 무리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4년 동안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콜라보로 등록금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학교에 다니다 보면 생각지 못한 교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몇 번은 성적장학금을 받고, 몇 번은 학교에서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해 장학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 대출이 많이 남아있지만, 두렵지 않다. 졸업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열심히 일해서 갚아가면 그만이다. 어린 동기들 중에는 국가장학금, 근로장학금과 교내 장학금으로 학비를 모두 채우고, 종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버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 못할 일은 없다. 특히 대학 등록금 문제라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교내장학금을 활용하면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경험자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