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의 결심
아침 6시가 되면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물론 바쁠 때는 유튜브홈트선생님과 함께 운동하기도 한다) 처음엔 걷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체력이 붙었는지 달리다 보면 기분이 오히려 좋아진다. 이런 걸 보고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는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체중관리가 목표였다. 급격한 체중변화를 겪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까지는 등하굣길에 집에서 50분 거리여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걸어 다녀서 아침에 아무리 밥을 든든하게 먹어도 학교 가면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옮기게 되고 평소 잘 먹을 수 없었던 아이스크림, 과자를(당시 우리 집 주변에는 슈퍼마켓이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참새가 방앗간 지나들 듯 매점에 가서 먹게 되면서 공부한다고 앉아있기만 하니 활동량보다 들어오는 칼로리가 늘어나 살이 대략 7~8kg 쪘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교 와서 또 학교가 넓고 평지라 많이 걸으니까 다시 조금 빠졌지만 그래도 통통했기에 인생 처음 1회차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당시 하숙집에 살았는데 평소 나는 식사시간에 나물, 채소, 생선과 같은 건강식 위주로 먹다가 하숙집 이모의 단가 줄이기 정책으로 분홍색 소시지나 냉동식품을 이용한 튀긴 음식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더랬다. 반찬이 부실해서 밖에서 밥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 영양불균형이 왔던 것 같다. 머리가 많이 빠지고 빈혈도 오게 되었다. 체중은 줄었지만 결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최대한 밥이 잘 나오는 하숙집으로 옮겨서 6개월 생활하다가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다시 돌아오니 체중이 다시 8kg가 쪄있었다. 그래서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이번엔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밖에서 살다 보니 역시나 음식을 잘 챙겨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세상이 빙도는 것처럼 어지러움증도 생겼다.
그래서 찌고 빼는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바뀌었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출산하고 나서 쪘던 살은 모유수유를 하면서 임신 전 몸무게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나!! 모유수유한다고 힘들어서 많이 먹었는데 모유수유 이후에도 그 양이 유지되면서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아!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아파트에서 필라테스 강습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얼른 등록을 했다. 역시 운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할 때는 지독스레 힘들었지만 하고 나니 개운했다. 그제야 비로소 운동을 중요성을 깨달았다. 군살이 정리되고 배둘레햄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손목이 당기기 시작했다. 손목보호대도 착용해 보고 파스도 발라보고 침도 맞고 했지만 한번 나간 내 손목은 돌아오지 않았다(요즘도 운전을 장시간 하거나 손목 쓰는 일을 장시간 지속하면 손목 쪽이 불편해진다) 그러면서 운동도 멈추게 되고 역시나 다시 체중이 돌아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인 걷기였다. 비용도 들지 않고 그저 신발만 신고 걷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맨탈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결혼하고 나서 임신과 동시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오롯이 살림과 육아에만 매진했다. 게다가 바쁜 남편의 부재로 외롭고 쓸쓸했다. 자존감은 곤두박질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니 밖에 나가서 돈 버는 것도 아닌데 힘들게 뭐가 있냐고. 집안에만 있다 보니 사고의 전환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상의 무게는 내가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서 그저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걷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올해는 9월부터 달리기도 시작했다. 런데이라는 어플을 켜고 그저 시키는 대로 처음엔 꾸역꾸역 하다 보니 달리는 게 익숙해졌다. 이제는 쉬지 않고 30분을 가뿐히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무기력하고 삶에 힘듦이 찾아온다면 일단 나가서 달려보자. 나는 오늘도 내일도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