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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옹심이 20240313

by 지금은

‘옹심이’는 새알심의 사투리입니다. 오늘 점심에는 감자옹심이를 먹었습니다. 맛이 담백합니다. 며칠 전 아내가 인터넷으로 감자옹심이를 주문했는데 오전에 배달되었습니다. 생각지 않은 일이기에 물었습니다.


“웬 옹심이”


갑자기 생각이 났답니다. 작년에 함께 인천대공원에 바람을 쐬러 갔다가 점심때가 되자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것저것 먹을 음식들이 많지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식사하기는 해야겠는데 선 듯 음식점으로 발길이 닿지 않습니다. 이때 아내가 산 밑을 가리킵니다. 큰 입간판이 보입니다. 세로로 길게 지붕 위로 솟아있습니다. 흰 나무 바탕에 검정 글씨 ‘강원도 감자옹심이’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쉽사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저기로 가볼까.”


하며 아내 옹심이가 뭐냐고 하기에 새알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지에 팥죽을 쑬 때 넣는 것이냐고 합니다. 모양은 같지만, 재료가 다릅니다. 팥죽에 넣는 새알심은 찹쌀이나 찰수수의 가루를 반죽하여 밤톨만 한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 익힌 동그란 덩어리입니다. 경단(瓊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자어입니다. 동지 팥죽은 먹어보았지만, 강원도 감자옹심이는 처음이라며 그곳에 간 셈 치고 먹어보자고 했습니다.


영월에 갔을 때입니다. 토종 음식이며 별미라기에 올챙이국수를 먹은 일이 있습니다.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양념장 맛에 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의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선 듯 발길을 내딛기가 불편했습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실내가 산촌의 어느 집 분위기입니다. 꾸밈이 없습니다. 나무 탁자에 긴 나무 의자입니다. 자연의 미를 그대로 살렸다고 할까? 아니면 그냥 잘라놓은 판자에 받침 기둥을 붙여놓았다고 할까. 그릇도 투박합니다. 옹기 뚝배기에 옹심이가 담겨 나왔습니다. 메뉴가 두 가지입니다. ‘감자옹심이, 들깨 옹심이’ 아내는 들깨가 들어간 게 영양에 좀 더 낫지 않겠느냐며 들깨 옹심이를 주문했습니다. 들깨 국물입니다. 먹으면서 옆 사람의 그릇을 힐끗 보았습니다. 맑은 국물의 옹심이입니다. 아내의 흡족해하는 표정과는 달리 나는 뒷맛이 좀 아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는 맑은 국의 옹심이를 먹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뒷맛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내는 입맛이 맞는 모양입니다. 다음에도 친구들과 몇 차례 먹었답니다.


점심시간이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하는데 준비를 서두릅니다. 국물을 뭐로 해야 좋을까? 하고 혼잣말하기에 황태로 하면 어떨지 하고 말했습니다. 엊그제 마트에서 황태포를 함께 샀습니다. 들깨도 있다며 냉장고 문을 열다가 다시 닫았습니다. 드디어 거실에 황태포의 구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한 냄비 가득 상위에 올랐습니다. 큰 대접이 오르고 국자가 오르내립니다.


“좀 싱거울지 몰라요. 간장을 조금만 넣었거든.”


나는 싱거운 것은 타박하지 않습니다. 짜고 매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국물 맛을 보았습니다. 심심합니다. 후루룩 마셔도 좋을 듯싶습니다. 국물에 들어간 게 많습니다. 명태포는 물론 단호박, 달걀, 양파와 파도 조금, 김과 파프리카의 고명도 있습니다. 새로운 메뉴의 감자옹심이입니다. 내용물이 다르다 보니 먹는 내내 식감이 좋았습니다. 특히 단호박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삶은 밤을 먹는 기분입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나면 아내가 맛에 관해 묻습니다. 오늘은 먼저 말하기 전에 입을 열었습니다.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감자옹심이의 아린 맛을 느끼지 못해 좋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옹심이가 수수나 쌀로 빚은 것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팥죽을 먹을 때 먹어본 게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감자 전분으로 옹심이를 만드는데 밀가루와는 달리 아무래도 끈기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옥수수로도 옹심이를 만들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생각대로 된다면 새로운 식품을 하나 탄생 시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올챙이국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맑은 국물만 고집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우리 집 점심 메뉴처럼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한 황태라든가 아니면 들깻가루는 어떻습니까. 미역이나 다시마는 어떨까요. 그보다 오늘의 주제는 감자옹심이니 또 다른 부수의 식재료를 이용해 보는 것도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을 떠올립니다. 꼭 국물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을 앞세울 필요가 있을까? 옹심이 샐러드(salad)를 떠올립니다. 토종 음식을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때에 따라서는 시류에 맞게 변화를 보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옹심이 맛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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