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이렇게도 저렇게도 20240411

by 지금은

엄마가 물었습니다.


“엄마가 예뻐, 아빠가 예뻐.”


“엄마.”


아빠가 물었습니다.


“아빠.”


부부는 각자 환한 웃음을 보입니다. 귀엽다며 뽀뽀합니다.


함께 있을 때입니다. 같은 질문을 하자 아이는 두 사람의 눈치를 봅니다. 말하기가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결론은 하나입니다. ‘둘 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봄의 어느 날 친구가 물었습니다.


“사계절 중 어느 게 좋아.”


봄이라고 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도 붙였습니다. 꽃이 아름답고 연두색 잎이 좋아서라고 했습니다. 여름에 물으면 여름이라고 했습니다. 더위가 있고 그늘이 있어서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가을, 겨울이 되면 겨울이라고 답하자 기억력이 좋은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는 줏대도 없느냐며 첫머리의 말을 들먹입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마음은 늘 같을 수가 없나 봅니다. 얼마 전까지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매일 같은 음식만을 먹다 보면 때로는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일이 있습니다. 밥만 먹다 보면 가끔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에 마음이 갈 때가 있습니다. 변덕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겨울이면 어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와 반대로 여름이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어서 겨울이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렇다고 봄이나 가을을 빼놓는 것도 아닙니다. 봄은 꽃과 잎이 피어나 겨울의 삭막함을 뒤로 밀어냅니다. 가을에는 나무와 풀이 단풍 들어 봄만큼이나 산야를 물들입니다.


나는 사계를 우리 집 벽에 걸린 큰 시계에 비유합니다. 지나는 과정이 비슷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함없이 돌아갑니다. 계절의 흐름이 다르듯 시계의 바늘도 움직이는 모습이 다릅니다. 무심코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초침이 돌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추위나 더위를 이기기 위해 힘들어하는 사람처럼 바늘도 어느 구간에서는 움직임이 힘들어 보이고 또 다른 구간에서는 느긋해 보입니다. 산을 오를 때면 몸이 무거워 보이지만 내려올 때는 가벼워 보이는 것처럼 초침의 바늘도 그렇습니다.


우리 집 시계의 초침은 6에서 12에 이르기까지는 몸을 앞뒤로 흔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까딱까딱’ 열 보 전진하기 위해 한 보 후퇴하는 느낌이랄까. 힘들어 보입니다. 12에서 6까지는 평평한 비탈에서 썰매를 타는 기분이랄까. 스르르 미끄럼을 타는 듯합니다. 시계 판의 6에서 12에 이르는 구간이 겨울과 여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계의 초침에도 이러한 움직임의 과정이 있는 것처럼 인생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게 마련입니다.


나는 지금 달라진 게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어온다면 모두라고 말합니다. 살아보니 지나온 과정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쁜 일은 기쁜 대로, 슬픈 일은 슬픈 대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다 나름대로 가치를 지녔음을 인식합니다.


지금은 봄의 시작입니다. 애타게 기다리는 벚꽃이 있는가 하면 그게 뭐 별거야 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행사 준비나 꽃구경을 하려는 사람은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사 날짜를 정했는데 고민입니다. 들쭉날쭉한 기온에 날씨 예측이 잘되지 않아 꽃구경하려는 사람들의 원성을 사지 않을까 마음을 졸입니다. 일기예보를 알려주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일이나 개인 사업으로 분주한 사람은 이런 일이 관심 밖입니다. 친구에게 벚꽃이 어느새 날리고 있다고 했더니만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밖의 변화에 눈을 돌릴 수 없었나 봅니다.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글 세나’입니다. 나는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좋아합니다. 이중 마음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봄입니다. 지금이 봄이니 눈치 보는 아이가 아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의 마음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번쩍 하는 느낌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일까요. ‘봄’이 가장 많이 연주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계절을 모두 사랑합니다. 때로는 삭막하다고 느끼는 도시 속의 삶에 나에게 자연의 소리가 들어있어서 좋습니다. 새소리,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 등에 귀를 기울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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