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환영하면서도 20241117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열대야의 기간이 예년에 비해 길었습니다. 가을로 접어들어도 더위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날씨라면 가을은 물론 겨울도 다가오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가고 계절은 감각을 알고 있습니다. 더워 더워하는 가운데도 가을의 입김이 보일 듯 말 듯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하늘이 가을빛을 드러냈습니다. 이 반가움 못지않게 갑자기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노벨문학상, 한강’
방귀가 잦으면 똥을 싼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의 몇몇 작가들이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이웃 나라들이 노벨상을 타는데 우리는 노벨평화상 외에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세계적 권위의 상을 탄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유독 노벨상과는 인연이 멀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인들이 목말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드디어 해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어느덧 세계 속에 K-문화의 씨를 뿌리고 여러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작가들의 작품도 여러 나라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알고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많은 세계인들이 문학은 물론 한글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요즘 한강과 그의 작품으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한강’
어제 도서관에서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작가의 글에 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제뿐만 아니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로는 그의 세계와 작품을 더듬어보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한동안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싹이 점차 자라나 푸름을 자랑하고 드디어 단풍이 드는 가을에 열매를 맺었습니다. 나는 사오 년 전 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한강 아버지, 한승원의 작품이 좋다기에 읽다 보니 자연적으로 딸의 작품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한강의 작품이 독특하고 이질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강의에 참석했을 때는 이미 그의 작품 내용이 희미한 상태였습니다. 단지 흐름만 짐작할 뿐입니다.
"다들 읽고 오셨지요?"
강사의 말에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지적이라도 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강의 시간 내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었습니다. 나의 단점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한 번 읽은 책은 좀처럼 다시 드는 일이 없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내용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 세 번 이상은 읽어야 한다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집착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과 「어린 왕자」입니다. 앞에 것은 말처럼 세 번을 읽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까지 친다면 다섯 번 정도는 됩니다. 첫 번째 읽을 때와는 달리 세 번을 읽고 나니 폭넓게 작품의 세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시대적 배경은 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작가의 의도도 따져보게 됩니다. 「어린 왕자」는 어떨까요? 어느새 다섯 번을 읽었습니다. 세 번째까지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았는데, 다음에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동화라고 하지만 의외로 어렵다는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동화란 원래 어른을 위해 쓴 책이라는 말이 있어 그럴까요? 아예 책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전철에서 또는 야외에서 틈이 나면 펼쳐 읽습니다. 완전히 소화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탄 것까지는 좋은데 책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해 두어야 좋으냐 아니냐의 의견입니다. 책의 내용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몇 년 전 어느 지방자치 단체의 학교에 구비해 두었던 책을 회수한 일이 있습니다. 수상을 하자 아무 일 없던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부의 사람 또는 일부의 사회단체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작가의 책인데 그럴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들은 역사의 부정을 덮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한강의 작품에는 제주 4·3 사건과 광주 5·18 사건이 녹아있습니다. 사상과 이념입니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갈립니다. 한편은 역사의 부정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말하고 한쪽은 작품의 난해한 면이 학생들의 정서에 좋지 않다는 견해입니다.
작품을 읽은 나는 어느 쪽으로 기울까요? 꼭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면 책을 회수한 편에 서겠습니다. 물론 역사적 교훈이나 내용으로 보아 뛰어난 작품이라 여기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려해야 할 입장입니다. 책에는 내용에 따라 독자층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한강의 작품은 성인을 위주로 한 내용입니다. 학생들의 수준에는 그 정도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책을 없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성인이 될 때까지 뒤로 미루어두자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수준이 높은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이나 음악, 영화, 연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맞는 독자층과 관객이 있게 마련입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작품들’
학생들이 성장하여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