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음의 미학 2
입동이 가을을 밀어내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투정을 부려보고 달래보아도 선선히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겁을 주는 수밖에
숫돌에 막 갈아낸 칼날 같은 서릿발을 세웠다.
산천이 바르르
다음날 새벽에는 작두날 같은 반짝임에 겨우 낯빛을 바꿨을 뿐이다.
빨강
노랑이라는 옅은 빛깔
그 이름은 단풍
파랗게 질린 하늘에 얼굴을 드러냈다.
떠나기 전에 한바탕 고운 모습 뽐내야 한다나.
잠시 숨 고르며 눈치 본다.
겨울은 노련하다
등 떠밀기보다 토닥거리며 뒤따라 가기로 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늦게 떠났다
아니 겨울의 발걸음이 더뎠다
소설이 지난 지 오래
대설은 엊그제
대추나무 가시가 아침 햇살을 찌른다
먼지 같은 눈발이 하늘을 덮었다
귀가 시끄럽다
늦은 잔치라도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