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울 00월 00일

별 볼 일 없음의 미학 2

by 지금은

입동이 가을을 밀어내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투정을 부려보고 달래보아도 선선히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다.

어쩌겠는가 겁을 주는 수밖에

숫돌에 막 갈아낸 칼날 같은 서릿발을 세웠다.

산천이 바르르

다음날 새벽에는 작두날 같은 반짝임에 겨우 낯빛을 바꿨을 뿐이다.

빨강

노랑이라는 옅은 빛깔

그 이름은 단풍

파랗게 질린 하늘에 얼굴을 드러냈다.

떠나기 전에 한바탕 고운 모습 뽐내야 한다나.

잠시 숨 고르며 눈치 본다.

겨울은 노련하다

등 떠밀기보다 토닥거리며 뒤따라 가기로 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늦게 떠났다

아니 겨울의 발걸음이 더뎠다

소설이 지난 지 오래

대설은 엊그제


대추나무 가시가 아침 햇살을 찌른다

먼지 같은 눈발이 하늘을 덮었다

귀가 시끄럽다

늦은 잔치라도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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