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조삼모사를 아십니까. 20230827
‘조삼모사(朝三暮四)’
뜻 그대로 풀이하면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았지,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음 또는 잔꾀로 상대방을 현혹하는 모습을 말합니다.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에 원숭이를 좋아하는 저공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수십 마리를 키우며 지내다 보니 원숭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은 먹이를 절약해서 주었습니다. 수가 늘어남에 따라 먹이가 동이 나고 도토리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은 저녁보다 아침에 하나가 적다며 불평하였습니다. 원숭이들의 반발에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원숭이들은 아침에 저녁보다 하나를 더 먹을 수 있게 된다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양을 보면 먹이의 개수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급급한 원숭이의 경우를 들어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반대로 저공의 제안을 얕은 속임수로 상대방을 현혹하는 모습에 비유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원숭이가 정말 어리석어서일까 하는 점입니다. 아침에 네 개를 먹겠다고 하는 원숭이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약속이지만 아침에 세 개를 받았다고 해서 저녁에 네 개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저녁을 맞이하지 못하고 생을 달리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생물에게 생각하는 만큼 미래는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있고 저녁형 인간이 있는 것처럼 원숭이의 삶의 행태도 다를 것입니다. 아침형인 경우 일찍 시작되는 활동 시간이라 많이 먹어야 하는 잘 움직이고 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다 먹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남겼다가 다음에 먹어도 되고 때에 따라서는 남에게 베풀 수도 있습니다.
축적의 의미도 있습니다. 경제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아침에 네 개를 받는 원숭이의 이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토리에 이자가 붙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해 봅니다. 조삼모사는 원숭이에 비유하여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지만, 예를 든다면 지금의 백만 원과 미래의 백만 원은 가치의 차이가 납니다. 물가의 상승은 지금의 물건을 세월이 지난 후에는 살 수가 없게 됩니다.
또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원숭이의 입장이었다면 다음으로는 저공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먹이가 부족하니 될 수 있는 한 제공되는 양을 뒤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금전적인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나이를 먹다 보면 자식에게 기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식의 눈치를 봅니다. 생활비가 필요합니다.
“자식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해.”
“부모님께 드리는 돈이 벅차.”
나는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주는 사람은 많게 생각되고, 받는 사람은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거야.”
저공은 이런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지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주어야 하는 양이 같다면 괜히 원성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는 슬기로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사실이나 명분은 생각지 않고 지금 당장 손에 쥐는 이익만 따지는 일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감정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이익 우선시하거나,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는 편견이 마음을 욱하게 만듭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 얻은 것과 잃은 것의 합은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혔더라면 얼굴을 붉히지 않았을 일을 그러지 못해 후회로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숭이의 반발에 유연하게 대처한 저공의 지혜를 생각해 볼 만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양쪽을 바라봅니다.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에 현명한 처신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