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50. 충고 20231027

by 지금은

‘충고’

좋은 일이지만 가끔 민폐가 될 때가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쭙잖은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공원의 운동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데 철봉에 매달린 아이를 보았습니다. 턱걸이하고 있습니다. 힘에 부치는지 두세 번 오르는 게 힘들어 보입니다.

“철봉을 그렇게 잡으니 그렇지.”

옆에서 지켜보던 어른이 참견했습니다. 손바닥이 내 몸을 향하도록 하고 잡으라고 했습니다. 고개를 갸웃하더니만 원래대로 손이 철봉으로 다가갑니다. 다시 어른이 말했습니다.

“손바닥이 눈에 보이도록 잡아야 해.”

“우리 선생님의 말씀은 반대인데.”

마지못해 손바닥을 바꾼 아이는 철봉을 한 번 오르더니 발을 바닥에 딛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를 생각하면 어른의 충고가 맞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철봉을 잡을 때면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도록 잡습니다. 체조 경기를 시작할 때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주를 부리는 경우 서로 손바닥이 엇갈려 보이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읽은 충고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느 날 세잔이 센강 강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그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화면의 밝은 색채와 진한 선들이 맘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세잔의 솜씨가 미흡하다고 생각했는지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그림을 고쳐주면 좋겠소, 나는 유명 화가에게서 그림을 배웠거든.”

그는 붓을 빼앗아 들고 밝은 색채와 선들을 고쳤습니다. 상대가 붓을 건네자, 세잔은 팔레트와 나이프를 집어 들고 그가 보는 앞에서 칠한 부분을 벗겨내고 말했습니다.

“아이 시원하다.”

그는 이상한 아마추어 화가를 만나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19세기 인상파를 대표했던 위대한 화가로서는 고개를 저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면도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주고 칭찬하는 사람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그림을 즉석에서 줘버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때는 건강을 위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했습니다. 많이 오르내릴 때는 한 번에 20여 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철봉의 방법을 알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체력을 기르려는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아이에게 충고하던 사람의 생각이 나서 철봉의 올바른 사용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잡는 방법, 손의 위치가 각각 다릅니다. 어느 부위를 단련하느냐에 따라 팔의 간격도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두박근, 삼두박근의 용어, 등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알고 보니 충고를 준 사람이나 아이의 생각이나 모두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어떤 목적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되도록 충고하지 않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도 참고로 할 뿐입니다. 듣기는 하되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기는 나중의 일입니다. 우선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의 이야기나 방법이 다소 틀릴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일이니 쉽사리 거절하지는 않습니다. 취사선택은 나중의 일입니다. 방법이란 게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또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에서 수강하는 ‘존엄사 자서전 그림책 만들기’가 끝을 향해 다가갑니다. 세 번의 출석으로 끝을 맺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충고했습니다.

“왜, 꼭 자서전에 목을 매는가.”

많은 수강생이 한두 시간 참석하고는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둔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왔습니다. 몇 명씩 나가고 들어오고의 반복이었습니다. 우리 복지관에는 그림을 그리는 수강생들이 많습니다. 수채화, 보테니컬, 팬 소묘 등입니다. 수강과목의 제목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한마디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림책>

제목이 모두는 아니지만 다양한 생각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은 사람이 참가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그림책 작가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관심을 두고 노력합니다. 내 생각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강사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직원도 조금은 폭을 넓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충고는 어렵습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장소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헛된 충고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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