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95. 붕어빵이 인기라고요. 20231205

by 지금은

‘붕어빵이라고요?’

계절의 알림은 자연의 변화뿐만 아닙니다. 단풍잎이 지고, 낙엽이 날리기 시작하더니만 어느새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눈발이 보입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이 겨울의 시작을 알립니다. 손이 시리다고 했는데 동네 모퉁이에 포장마차가 하나둘 늘어납니다.

찐만두, 호떡, 어묵, 떡볶이, 군고구마, 군밤, 국화빵, 붕어빵, 겨울을 알리는 손님입니다. 모두가 겨울철 간식거리입니다. 아내와 무와 배추를 사 가지고 오다가 붕어빵을 만드는 포장마차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붕어빵이 나란히 주인의 품 앞에 줄지어 있습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났음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크기와 생김새가 똑같습니다. 누가 보아도 쌍둥이들임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동안 자취를 감추더니만 올해부터 슬근슬근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불법 노점상 단속입니다. 붕어빵 애호가들이 옛정을 잊지 못해 이야깃거리가 되자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값을 올려 선을 보였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으니 궁금합니다. 포장마차에서 좀 떨어져 마치 장사라도 할 것처럼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주인은 익숙한 솜씨로 주물로 된 틀에 기름 붓질을 하고 주전자에 담긴 걸쭉한 밀가루 반죽을 반쯤 차게 부었습니다. 한동안 쉬고 있었으니, 손이 녹슬 만도 하지만 옛 모습 그대입니다. 위에 팥소나 크림을 숟가락으로 뚝 떠서 넣고 다시 반죽으로 덮었습니다. 다음 덮개를 덮어 철사로 된 고리로 빵틀을 뒤집습니다. 이어 틀을 한 바퀴 돌리고 나면 구수한 붕어빵 하나하나가 빵틀을 벗어나 기다리는 손님들 손에 들려졌습니다. 손놀림이 기계적입니다. 이 일도 오래지 않아 로봇이 일을 대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입이 심심하다 싶으면 호떡에 마음이 갔습니다. 횟수는 많지 않지만 철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찾아간 곳도 여러 군데입니다. 소래, 남대문, 청계천, 인천대공원……. 호떡을 먹으면서 붕어빵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무슨 죄라도 저지른 양 꼭꼭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서 발길을 돌려 몇 걸음 걷다가 ‘아차’하는 순간 다시 발걸음을 되돌렸습니다. 한 마리에 얼마인가? 3마리에 2000원이군요. 예전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조그만 게 2000원이라고? 붕어는 붕어지만 예전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그럼 예전의 붕어는 잉어였을까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대의 변화처럼 붕어의 크기도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커피숍을 지나다 보니 입구에 아기 붕어를 판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궁금해서 안을 기웃거렸더니만 이곳에서도 붕어빵이 있습니다. 어느새 포장마차를 탈출한 붕어가 있었군요. 모양이 앙증맞습니다. 어른 손가락 두어 마디쯤 돼 보입니다.

밤 아홉 시 뉴스가 끝날 무렵입니다. 배가 출출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퇴근한 아들이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양손에 무엇인가 들고 왔습니다. 팥빵입니다.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맛이 괜찮아요?”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붕어빵을 사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어제 보이던 포장마차가 사라졌답니다.

“나는 붕어빵을 먹어본 일이 없는데.”

아내가 핀잔을 합니다. 전혀 기억이 없는데 수년 전에 함께 먹어본 일이 있답니다. 아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붕어빵에도 지금 먹는 빵처럼 팥소가 들어있다며 느낌을 말합니다. 그때 먹은 붕어빵이 눅눅해서 맛이 없었을 거랍니다. 금방 먹어야 바삭한데 사가지고 오는 동안 식어서 별로였답니다. 두 사람이 말을 하니 먹었다는 말이 맞겠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호떡이 맛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즉석에서 먹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뜨거운 음식이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붕어빵을 먹어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붕세권’이란 말이 떠돌았습니다. 겨울철 대표간식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거주지 근처에 붕어빵 가게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집을 구할 때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을 선호하는 것에 빗대 집 근처에 편의 시설이 가까이 있는 것을 표현한 말입니다. 붕어빵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거주지 근처에 있는 붕세권이 뜨고 있습니다. 붕어빵 노점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그동안 호떡에 비해 붕어빵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팥 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호떡집 옆의 붕어빵을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일은 운동 삼아 주위를 돌아보아야겠습니다. 나는 아직 붕어빵의 맛을 모릅니다. 혹시라도 호떡이 눈을 흘기기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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