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 마.
오늘은 마케팅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찰을 담은 글입니다. 마케팅을 기대하고 누르셨다면, 오늘 하루는 함께 쉬어간다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대신 다음 주 월요일에 더 알찬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일상력 챌린지 - 매일 30분 독서 후 브런치에 글쓰기'는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휴식을 취하고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환경과 심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도가 바뀔 뿐, 요일은 그 어느 때랑 같다는 생각으로 잘 대처해서 꾸준히 이어가 보겠습니다.
*반모(반말 모드) 주의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네이버 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들을 정독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이틀 전부터 읽기 시작한,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40분 정도 읽었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펼치고 브런치를 켰다.
아침에 읽은 뉴스레터들의 영향 때문인지(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뉴스레터들도 올해를 되돌아보는 내용이 90%였다), 오늘은 왠지 책에 대한 글을 쓰는 것보단 202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을 마무리하고 2020년의 마지막 일기를 다이어리에 기록할 때 분명 그런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만, 내 하루 루틴 상 분명 2020년의 마지막 일기를 2021년에 작성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이 지나기 전에도 되돌아보고자 한다.
아직까지 2020년 하반기의 기억은 선명하다. 상반기의 기억은 드문드문 난다. 분명 다양한 일이 있었고, 그런 일들이 모여서 2020년을 구성했을 텐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방법이 있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렇게 철저히 기록을 해뒀다. 일단은 사진첩부터 훑었다. 202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의 대학생활을 정리 후 본가 입성, 스키장, 알바, 취업준비, 면접, 서울 방문 등.. 사진을 보자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마치 주위 환경이 바뀌고 사진 속의 장면으로 내가 들어가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지기도 했다.
사진을 통해 한 해를 둘러보니 2020년, 분명 힘든 한 해였고 내가 계획했던 매우 큰 일들이 틀어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해서 당황하기도 했다. 2020년을 머릿속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떠올려보면 안 좋은 일이 많았던, 최악의 한 해로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을 훑어보니 그 속에서 나는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균형을 잘 맞춰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잘 견뎌왔다.
그럼에도 아쉽다고 생각이 들며 환불이나 교환을 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한 해를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2019년 12월 31일의 일기를 읽어봐도 아쉽다는 말이 있다. 이래서 아쉽고 저래서 아쉽다. 하지만 분명 2020년의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2020년에는 나 스스로로 인한 아쉬움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아쉬움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해였으니깐..
그토록 고대하던 2달 간의 '유럽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깐. 환전하고 비행기만 타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여행의 시작이라는 문 바로 앞에서 넘어져서 들 것에 실려 나갔다. 여행을 2주 앞두고 나는 모든 예약을 취소했다. 그래서 아직 내 캐리어 안에는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서 샀던 콘센트 변환기, 벌레 퇴치제, 유럽 여행 계획표 등이 들어있다. 인생 첫 유럽 여행이었고 2년 전부터 계획을 짰다. 인생에서 언제 2달이나 유럽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지만 끝내 무산되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6년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려 한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때는 무너지려 한다였지만 지금은 무너졌다.)
유럽 여행이 무산된 것이 그 어느 것보다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2020년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게 남을 것 같다. +코로나까지. 그래도 아침부터 2020년을 되돌아보며 해외여행, 유럽 여행은 못 갔지만 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국내 여행을 하며, 일상에서 친구를 만나며 그 속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해서 그렇게 나쁘기만 한 해는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디 2021년은 새로운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그 날이 오기를. 헬스장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되는 날이 오기를.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유럽은 이미 포기했으니, 동남아 여행이라도 좀 갈 수 있었으면..
Good bye 2020
Adieu 2020
잘 가, 2020
내가 원해서 하는 2020년 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