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침대에 묶어두는 것들에 대하여

by 여름나무

잠결이었다. 알람이 운다.

비몽사몽 간, 울어대는 알람 소리를 죽이며 진짜 죽고 싶은 건 나란 생각을 한다.

알람 소리를 중단시키듯, 나의 오늘을 중단시켜 이대로 계속 잠들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하루의 시작은 침대에서 계획하고 움직여야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젠 아예 기준이라는 것을 놔버린 것 같다. 만사가 귀찮다는 게 이런 거였다.


계절 탓이다. 나이 탓이다. 무엇에 라도 이유를 달아맬 수 있지만,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자가 그러하듯이 이미 해답은 자신의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다.

.......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잃은 것이다.


어쩌다 그리 됐을까?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거였다.

아니 어디쯤에 이미 흘리고 와서는 잃어버린 것도 모른 채,

빈 껍데기로 살아가고 있음도 모르는 거였다.


오던 길로 되돌아 가, 흘려버린 나를 찾아오면, 다시 삶이 재미질 수 있을까?


처음으로 차이를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색다름이 좋다는 것도 잠시, 닮은 듯 닮지 않은 것에 아파했다.


선이 그어지고 시작점이 달랐던 틈들,

좀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과 좀 더 조건이 좋은 사람들 사이, 그래서 난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권위와 직위, 배경을 넘지 못한 열등감을 위선과 허세로 포장을 하고, 더 허약한 자에겐 날카로운 발톱을 숨겨야 했다.


무엇보다, 진정성 없는 관계에 진심을 준 대가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봐야 했다. 진심은 그럴만 한 가치가 있는 신뢰에 근거했어야 했는데,


나조차 나를 외면하고 싶은 때가 있다.

지질히도 못난, 왜 그렇게 못나게 굴었을까 싶은 후회가 밀려올 때다.


말뿐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평범한 것에 대한 감사를 되뇌었으나, 진정으로 갖고 싶은 것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 문제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아온 거였다.


잃어버린 건 자신에 대한 존중이었다.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젊든 늙든, 나는 여자다.

행한 것들에 대한 보상에 목맬 것이 아니라, 나로서 사랑하고 살아 내야 했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언제나 묻고 대답하고 되묻지만,

타인에겐 무턱대고 베풀던 확신도, 자신에겐 너무 인색했었다.


산다는 건,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걸까?

기술처럼 노력해서 숙달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사람 마음은 숙달이 될 수 없나보다. 인제 좀 괜찮겠지 싶으면 어느 새 되돌림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만 인정하고 살면 될 텐데,

왜 그게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문제를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답을 달려했으니, 틀릴 수밖에 없던 거였다.

하기에, 지나치게 타인에게 기준점을 내어주며 살아오고 있었을 것이다.

왜 몰랐을까? 그 흔한,“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것을,

진리는 언제나그흔한 말들로 내옆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외면했다. 좀 더 곱씹으며 진정한 접촉을 했어야 했는데,


변화 없는 삶은 없듯이 성장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 얼마나 다행인가? 뒤돌아보며 나아갈 수 있으니,

어서 일어나야겠다.


문제에 대한 인식, 새로운 시작이다.

오늘을 그 누구보다 우아하게,

하루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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