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5 : 목관5중주에는 스파이가 있다

금관 악기인데 목관 5중주에 포함된 악기, 호른

“약방에 감초”라는 말은, 어디에나 필요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약에 들어가는 감초는 단맛을 내고, 약재들의 성질을 조화시키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약방에 감초가 있다면, 오케스트라 악기에는 호른이 있습니다. 호른은 트럼펫이나 트롬본 같은 금관악기들 중에서도 비교적 부드럽고 포근한 음색을 들려줘서, 교향곡의 느린 악장에서 감미로운 선율을 맡곤 하죠. 반면 빠른 곡에서 뿡- 뿡- 거리며 리듬을 맡고, 익살스럽고 능청스러운 분위기도 낼 수 있습니다.

실내악에서 호른의 위치는 더 특별합니다. 금관5중주와 목관5중주에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악기가 호른입니다. 실내악 앙상블에서 목관 오중주(wood quintet)는, 오케스트라에서 주로 독주를 맡는, 개성 강한 목관 악기 다섯으로 구성됩니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그리고 호른이 함께해요. 맑은 고음을 담당하는 플루트, 부드러운 소리를 내면서 음역과 강약의 폭이 넓은 클라리넷, 크고 명료한 음색을 가진 오보에, 저음을 담당하는 바순, 그리고... 목관악기는 아니지만, 금관 악기인 호른이 추가됩니다. 호른은, 개성 강한 네 악기의 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부족한 음량을 채우거나, 제목과 다르게 '스파이'보다는, 그야말로 '감초'의 역할을 제대로 합니다.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이지요.  

그렇다면 목관5중주가 작곡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목관악기 중에는, 개량과 발전을 거듭해서 19세기 들어서야 안정된 모습을 갖춘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즈음부터 작곡가들도, 본격적으로 목관5중주를 쓰기 시작했어요. 체코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한 작곡가 안톤 라이하(Anton Reicha), 독일의 프란츠 단치(Franz Danzi) 같은 작곡가의 목관5중주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Danzi(단치)라는 작곡가의 목관5중주 G단조 Op. 56-2 아침에 잘 어울리는 노래!

그런가하면 금관5중주는 출발이 더 늦습니다. 그거 아세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은 금관5중주를, 단 한 곡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 금관 5중주(brass quintet)는, 트럼펫 둘, 호른, 트롬본, 그리고 여기에 튜바 또는 베이스 트롬본이 더해진 구성입니다. 몇몇 금관악기가 꽤 나중에 발명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금관 5중주가 음악사에 처음 등장한 건, 19세기 중반 즈음입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죠.

그래서 금관 5중주 팀의 가장 중요한 노력 중 하나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의 인기곡을  금관5중주로 편곡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금관5중주를 위한 곡이 쓰이고, 브라스 퀸텟 팀이 결성돼 활발히 활동한 건, 20세기부터라서요. 그러니, 금관5중주를 위한 오리지널 곡이 많지 않습니다.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곡이든 금관5중주로 바꿔 새롭게 연주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금관5중주의 매력을 널리 알린 연주자들, 이 사람들을 들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캐나다와 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 수석을 맡던 연주자들이 모여서 결성한 ‘캐나디언 브라스’, 트럼펫 둘, 트롬본과 호른, 그리고 튜바로 이뤄진 팀입니다. 지금까지 100장 넘는 음반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 재즈와 대중음악, 오리지널과 편곡을 불문하고 다채로운 금관5중주를 선보였습니다.      

캐나디언 브라스가 편곡해서 연주하는 <왕벌의 비행> 가운데 둥글둥글 말린 관과 밸브가 있는 악기가 호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