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섯 번째 감각을 담고 무기력해졌다.

by 지해롭게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여섯 번째 감각이 찰나로 담기기에 그렇다


바람을 머금고 물결치는 꽃잎도

어스름하게 날 감싸던 공기가 뚜렷해진 것도

빼곡한 숲 사이로 하늘이 또 다른 강줄기를 만드는 것도

비로소 내가 사진을 통해 숨을 쉬는 이유다


가질 수 없는 너를

간직하고 싶던 나는

그날도 너를 담았다

그리고 무기력해졌다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어리석게도 사진 속 강렬히 새겨졌다

조심스레 삼킬라 해도 울컥 차올랐다


지친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던

너의 속내를 담는 순간 아렸다

그저 지켜보는 게 다인 게 무기력했다


결코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세상을 등지고 싶던 나에게

너의 외침은 파도가 수놓은 윤슬 같았기에

직선의 빛이었던 내 삶에

사선의 빛으로 조화를 만들었던 너이기에

나도 그런 존재가 되어 주고 싶다


고민의 끝은

하루의 끝은

너인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하다


너를 찍는 내가

너를 담은 내가

무기력해지지 않기를

자연스레 너를 담기를

조심스레 들키지 않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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