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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Oct 20. 2023

그래서 답이 뭐야

무엇을 찾으려고 할까


"그래서 무엇이 답일까요?"


 살면서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학생때 시험문제를 풀려면 '답'을 알아야 했고, 일을 처리할려면 문제점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만 했다. '답'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비로소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우리들의 일상 속 고정관념은 생각보다 뿌리치기 힘들게 깊게 자리잡혀있는듯 하다.


 내가 평소에도 즐겨 보는 어느 영화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주제와 메시지에 집착하는 태도는 영화 예술을 즐기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지금껏, 나는 내가 봐온 영화들에 대해 계속해서 주제와 메시지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제가 뭐야?" "그래서 결론이 뭐야?" 이러한 시선에서 주제와 결론이 완성되지 못한 영화는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해 왔다.


 하루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너무나도 좋은 평을 받아서 가족들과 함께 그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영화의 결말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는 그 영화에서 아무런 의미도,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한 남자의 고독하고 외로운 인생의 이야기에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결정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나는 지독하게 의미라는 '답'을 갈구하고 있었다. 나는 영화라는 콘텐츠에게 지독하게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영화 뿐만이 아니라 음악, 춤, 미술과 같은 소위 예술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예술작품은 창작자의 감각을 표현한 것이기에 이해의 영역 보다는 감각의 영역이라 생각해왔는데, 정작 그것들을 보는 나는, 그것들을 경험하는 우리는 그 속에서 의미를 깨닫고싶어 하고, 그 의미에 대한 이해와 결론을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가며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해봐도, 우리가 느끼는 것은 설명과 매칭되지 못해 생기는 어려움과 난해함이다.


 그렇게 어릴때 부터 배워온 '답을 찾는 과정'에 익숙해지고 몸에 스며든 탓인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또 생각한다. 하지만, 앞선 영화 평론가의 말에서 느껴지듯이,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며 가져야할 자세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고민하고, 생각하며 그것이 주는 감각과 감성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만일 온전히 자연스레 받아들이질 못하겠다면,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말고 자연스레 놓아주는 마음을 가져보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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