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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Oct 20. 2023

특별함과 평범함

화자에 따라 달라지는 말의 무게


 눈앞에 한 사람이 서있다. 그 사람의 눈앞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람은 말을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반응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신용하며, 그의 말이 곧 자신의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그 사람은 특별하다.


 눈앞에 한 사람이 앉아있다. 그 사람의 눈앞에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마주 보고 있다. 그 사람은 말을 하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부정하며, 그의 말이 자신의 생각과 반대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은 평범하다.


 미디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셀럽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직업적 특수성과 유명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와 그 속에서 깨달은 교훈을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에게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내고, 자신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끌어올린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어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 신뢰를 느끼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시스템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셀럽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돈을 기꺼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반대로, 정작 자신의 눈앞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지만, 그들에게서는 심리적 안정감과 직업적 특수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저 자신과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에게서는 그 어떠한 특수성도, 특별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그저 '평범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과 평범함이 그 사람의 지위가 결정한다. 다시 말해, 화자에 따라서 말의 무게는 달라지게 된다. 지금도 내 눈앞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저 허공에 말을 흩뿌릴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언제나. 늘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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