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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 Sep 15. 2024

微 미소 뒤에 숨긴 살인

여러분들이 배심원이 되어 주셔요.

2024년 9월 14일 한자 微

微 작을 미 / 쇠약할 미


먹지는 못해요. 하지만  너무 달콤해서 보기만 해도 온몸이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이 있지요. 눈으로 먹는 아이스크림, 그 이름 미소. 한자로는 작을 미微, 웃음 소笑를 합해 미소微笑라고 씁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는 작은 웃음을 뜻하지요. 그런데 이 미소 뒤를 따르는 살인마가 있다네요. 미소가 사라지는 오싹한 얘기이지요. 작을 미微라고 부르는 이 글자, 알고 보면 끔찍한 살인현장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글자에 대해서 쉬진슝은 [중국 고대사회]에서,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쇠약한 장발 노인을 내려치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이 글자는 갑골문이나 금문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전문을 통해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함께 살인현상을 살피는 수사관이 되어 이 글자를 분석해 볼까요. 


왼쪽부터 살펴보면, 네거리를 그린 갈 행의 왼쪽 절반인 갈 척이 보이네요. 어딘가를 가고 있다가 변을 당한 모양입니다. 중간에 있는 그림은 장발의 노인이고, 그 오른편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칠 복입니다. 


그림을 봐서는 쉬진슝의 해석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이 현장을 밥숟가락 하나 줄이기 위해서 부모를 때려죽이는 존속살해의 현장으로 보았습니다. 실제로 고대 중국의 유적지에서 후두부가 함몰된 유골들이 발견된 것을 보면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의심이 듭니다. 존속살해의 문화가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문자에 기록될 만큼 보편적인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설은 잘 꿰어 맞춘 소설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자를 기본의미로 삼은 부를 징徵은 쉬진슝의 생각과는 다른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徵부를 징


부를 징徵의 지금 자형은 작을 미와 임금 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금 자형에 근거하면,  임금이 부른다는 뜻이지요. 사실 이 글자는 전문에서 보듯이 임금 왕王이 아닌 정壬자를 구성요소로 삼았습니다. 정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사람의 모습인데, 후에 해서체에서 왕王자로 잘 못 바꾼 것입니다. 


부를 징徵은 전쟁이나 재난 등의 비상시에 공익사업을 위하여, 국가나 공공단체가 백성들을 강제적으로 소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壬은 언덕 위에서土 일꾼들을 지켜보는 공사 감독자를 뜻합니다. 


이를 보면 작을 미微는 살인현장이 아니라, 징집을 피해서 숨어있는 사람들을 잡아서 강제로 구인하는 모습입니다. 미微가 나타내고 있는 '숨다, 엿보다, 몰래 살피다, 다치다, 상처 입히다'등의 의미가 그 광경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추노꾼이 도망간 죄인을 체포하여 강제로 끌고 오는 모습입니다. 


이런 사실은 고대 히브리어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부역', '징용', '세금'을 뜻하는 단어를 히브리어로 '마스'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야위다, 쇠약해지다, 녹아내리다'를 뜻하는 "마사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두 단어가 한 가족이 된 것은 부역이나 징용 그리고 과한 세금이, 비천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몸을 녹아내리게 하는 고통을 가중하여 더욱 야위고 쇠약해지기 때문입니다이 두 단어를 한자와 대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스(부역, 징용, 세금)         =  부를 징

미사스(야위다, 쇠약해지다)  =  微 작을 미/쇠약할 미


결론적으로, 쇠약할 미微는 존속살해의 현장이 아니라, 징집이나 부역을 피해서 숨어있는 사람들을 잡아서 강제로 데려가는 모습이고, 부를 징徵은 그 징계로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모습이지요.  


물론 미소에서의 미微는 나이 들어서 힘이 약하고 쇠약해진 노인의 모습에서 파생된 '작다'를 뜻합니다. 


다행이지요. 미소가 억울한 누명을 벗었으니까요. 물론 이 주장을 근거로, 재심을 받아들일지는 이 글을 읽는 배심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끝으로 정리를 위해.


이름모를 새가 살고 있는 

타래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山=長

쇠약한 노인이 


쟁기로 골을 타놓은 앙상한 옆구리를 드러낸 채

몽둥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끌려 나온다


인적이 드문 산기슭 여우 굴같은 집에서

끌려나온 노인은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늙고 젊은 두 여자는 손을 맞잡고 

밤이슬 같이 울고 있었다


전장에 끌려간 지아비 소식도 아직 없는데

늙은 시아비마저


저 몸으로 고된 부역을 어찌 견딜까

남사정 아는지 모르는지

벌레들은 치치(徵음률 이름 치)거리며 가을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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