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자연 Jha Eon Haa Mar 06. 2023

법이 품고 있는 것

세상을 비추는 법을 알면 힘이 생긴다.


법은 개인의 인생사 전반을 담는다.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돈을 빌려서 장사를 한다. 돈을 벌고 나라에 세금을 낸다.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사람이 죽으면 세상에 남은 사람이 사망신고를 한다. 


나아가 법은 사회를 담는다. 사회에는 많은 갈등이 있는데 어떤 갈등은 정치, 토론, 학문의 발전을 통해 해결된다. 답을 내릴 수 없는 갈등들은 종교나 철학, 예술의 영역이 된다. 어떤 갈등은 그저 덮어둔다. 그런데 몇몇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덮어둘 수도 없고 반복된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선을 약속하는데, 그것이 법이다.


따르기로 약속한 기준이 생기면 문제에 대한 하나의 결론이 나오고, 그 결론은 단정적인 힘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정의와 합리의 이름으로 불완전하게나마 갈등이 해결된다. 어쩌면 법은 중요하고 반복되는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이다.


법은 인생과 사회를 품고 있다. 그래서 법을 알면 유익하다. 법을 통해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않는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다. 또한 정치인들이 민생, 공정, 정의라는 단어 뒤에 숨어 대중을 호도할 때 시비를 가릴 수도 있다.


법은 유익하나 어렵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작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안 보이는 것이 아니다. 법은 '개념'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세상살이를 개념으로 포착하여 설명하다보니 어렵고 양이 너무 많다. 로스쿨 시절 두꺼운 교과서를 읽다 보면 좀처럼 책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글을 읽고 있는데 그 뜻을 알 수 없고, 서론 부분만 나비 날개짓처럼 팔랑팔랑 한 참을 읽는다. 


하지만 법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지키기로 한 규칙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다. 법은 참 쿼크도 말러의 교향곡도 아니다. 중요한 부분을 추리고 신경 써서 살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까다로운 부분도 있으나 그런 어려운 지점이 법학의 논리와 멋이 반짝 빛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조금 참을 만하다.


조금 참고 나면 힘이 생긴다. 지치더라도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듯이 법을 알고 나면 힘이 생긴다. 스스로 내 권리를 지키는 힘. 혹세무민 하는 정치인들의 웅변을 판단하는 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