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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Sep 23. 2023

죄와 벌 1 : 형법 총론

죄형법정주의 | 형법의 적용범위 | 범죄성립요건 | 미수범 등


1) 개관


형법은 형법 총론과 형법 각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형법 각론은 각 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예를 들어 살인죄는 어떤 행동을 뜻하는 지), 형법 총론은 모든 죄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가령 가담형태, 미수범, 양형 등). 이 장에서는 형법 총론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형법은 인간의 행위 중 무엇이 죄인지를 정한다. 형법은 가장 오래된 법인데, 살인이나 강도 등의 죄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형법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법인데,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기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정해놓고 이를 어기면 벌을 내리는 방식으로 공동체가 이어져왔다.

    -막스 베버의 근대적 합리성


[우르남무 법전의 일부]

1.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사형되어야 한다.

2. 강도를 하면 사형될 것이다.

3. 어린이를 납치하면 그는 수감되고 은 15 쉐켈을 치러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의 일부]

• 도둑이 소나 양, 당나귀, 돼지, 염소중 하나라도 훔쳤더라도 그 값의 열 배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도둑이 보상해 줄 돈이 없다면 사형당할 것이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알을 뺄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릴 것이다.

•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게 되었다면 의사의 손은 잘릴 것이다.


(1) 죄형법정주의 • 무죄 추정의 원칙

 죄와 벌은 법으로 정해야 한다. 이는 상습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상습성 있는 자가 같은 종류의 죄를 반복하여 저질렀더라도 별도의 범죄유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 상습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리한다.


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특히 죄와 벌을 법으로만 만들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헌법 제10조의 내용에 부합되게 적정해야 한다(적정성의 원칙). 그리고 형벌 또한 비례성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죄의 불법의 정도와 형벌의 경중이 서로 맞게 조절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2020헌가17(병합), 2021헌바77(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형사법상 책임원칙은 형벌은 범행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행위자의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참조). 또한 형사법상 범죄행위의 유형이 다양한 경우에는 그 다양한 행위 중에서 특히 죄질이 불량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지만, 그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


 마지막으로 형사소송의 영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피고인•피의자를 유죄 확정판결 전까지 죄가 있는 사람처럼 취급하여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헌법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피고인의 무죄추정)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2) 형법의 적용범위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어떤 사람이 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시행되고 있는 법률을 적용한다. 그런데 범행 후 법률이 바뀌어, 범죄를 불구성하게 되거나 형이 경하게 되는 경우에는 신법을 적용한다.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로는 ①속지주의, ②속인주의, 그리고 ③보호주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속지주의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발생한 죄에 대해 대한민국의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속인주의란 범죄자가 한국인인 경우 대한민국의 형법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보호주의는 우리나라 사람이 범죄피해를 받은 경우에 대한민국의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원칙이다.  


(3) 범죄의 분류

 범죄의 종류는 그 죄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주된 법익에 따라 나눈다. 우선 개인적 법익에 관하여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신용, 사생활, 재산에 대한 침해를 처벌한다. 사회적 법익과 관련해서는 공공의 안전과 평온, 공공의 신용, 공중의 건강, 사회적 도덕에 대한 법익 침해에 대해 처벌한다. 국가에 관한 법익에 대해서는 국가의 존립과 권위, 국가의 기능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범죄를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침해범과 위험범, 일반범과 신분범, 거동범과 결과범, 단일범과 결합범, 작위범과 부작위범, 계속범과 상태범, 고의범과 과실범, 목적범과 경향범 등이 있다. 특히 신분범과 자수범은 특별한 행위반가치적 요소를 고려하여 처벌하는 범죄이다. 신분범이란 일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만이 해당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범죄이다. 자수범은 행위자가 스스로 범죄를 실행해야 성립되는 범죄이다.


(4) 범죄의 성립요건, 처벌조건, 소추조건 등

 사람의 나쁜 행동이 범죄의 성립요건을 충족시키고 처벌조건과 소추조건까지 모두 갖추어지면, 국가는 그 행동에 대해 형벌을 내릴 수 있다.

 우선 일반적 범죄성립요건으로 구성요건요소, 위법성, 책임이 있다. 구체적인 사실이 죄의 구성요건에 합치되는 경우를 '구성요건해당성'이라 한다. 범죄사실이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위법성이나 책임 조각 사유가 있는 경우 죄가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항을 달리하여 살펴본다.

 처벌조건이란 죄에 해당하는 행동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조건이며, 객관적 처벌조건과 인적처벌조각사유가 있다. 처벌조건이 흠결 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232조의 형면제판결을 내린다. 나아가 소추조건은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요건이다. 예를 들어 친고죄의 경우 고소권자의 고소가 필요하고,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 의사가 없어야 한다. 소추조건이 흠결 되면 법원은 공소기각 등 형식판결을 내린다.

 한편 범죄가 한 번 성립하면 이미 불법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 후의 사정변경을 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가령 명의인의 사전승낙 없이 문서를 작성하였다면 위조에 해당하고, 사후에 피해자(명의자)의 동의•추인 등으로 문서에 기재된 대로 효과의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문서위조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판례). 한편 행정청의 처분과 관련된 죄의 경우 이를 달리 처리하는데,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게 된 계기가 위법한 행정처분 때문이고, 그 행정처분이 후에 취소된다면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9. 2. 5., 선고, 98도4239, 판결

피고인이 행정청으로부터 자동차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았으나 나중에 그 행정처분 자체가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었다면,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은 그 처분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고, 피고인은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후에 확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고, 행정행위에 공정력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하여 행정소송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소된 운전면허취소처분이 단지 장래에 향하여서만 효력을 잃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구성요건해당성 • 위법성 • 책임


 어떤 사실이 형법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면 범죄가 성립된다.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면 위법성과 책임이 사실상 추정되며, 예외적으로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 조각사유가 인정되면 죄가 되지 않는다.


(1) 구성요건해당성

 '구성요건'은 위법한 행위를 유형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구체적 사실이 법률로 규정된 범죄의 추상적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성질을 말한다. '구성요건해당성'은 사실이 법률상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성질을 말하고, 하나의 ‘판단’을 뜻한다. 한편 범죄구성사실(犯罪構成事實)은 구성요건에 해당된 사실 그 자체이다(현암사). 구성요건에는 주관적 구성요건과 객관적 구성요건이 있다. 주관적 구성요건 중 고의, 객관적 구성요건 중 인과관계가 형법총론에 규정되어 있다. 각 죄의 특유한 구성요건은 각 죄의 형법 조항에서 정한다.


① 고의

주관적 구성요건 중 고의란 객관적 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하고(지적 요소),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사(의지적 요소)이다. 특히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판례). 즉 살인죄의 경우 피고인이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고'(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실제로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하는 경우(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나아가 형법에서는 이중의 고의, 개괄적 고의가 문제 되는 경우도 있다. 이중의 고의란 범죄 성립을 위하여 두 가지 종류의 고의가 동시에 요구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개괄적 고의는 판례를 통해 살펴본다.


개괄적 고의 → 대법원 1988.6.28.선고 88도650 판결

살해의 의도로 행한 구타행위에 의하여 직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행한 매장행위에 의하여 사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전과정을 개괄적으로 보면 피해자의 살해라는 처음에 예견된 사실이 결국은 실현된 것으로서, 살인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불법영득의사'나 '목적'은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불법영득의사는 주로 재산죄에서 문제 되는데, 판례에 의하면 이는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 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를 뜻한다. 또한 죄 중에 문제적 행동을 특정한 목적을 갖고 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통화위조죄에서 ‘행사할 목적’을 갖고 통화를 위조해야만 죄가 성립되며, 내란죄의 경우 ‘국헌문란의 목적’이 요구된다.


 나아가 형법 제15조에 따르면, 특별히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이를 사실의 착오라 부른다. 사실의 착오는 무거운 죄의 결과에 대하여 가벼운 죄에 대한 고의를 차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데, 판례는 법정적 부합설의 입장을 따른다. 즉 동종 법익 침해에 대하여 객체나 방법의 착오가 있는 경우, 고의를 차용하여 발생 사실에 대한 기수를 인정한다. 그리고 상이한 법익 침해에 대하여 객체 및 방법의 착오가 있는 경우, 인식사실의 미수범과 발생사실의 과실범에 대한 상상적 경합범을 인정한다.


 가령 범죄자가 갑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을 발사하였고 실수로 그것이 을에게 명중되어 을이 사망한 경우에, 갑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차용하여 을에 대한 살인죄 기수를 인정한다. 만약 범죄자가 갑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을 발사하여 실수로 그것이 고양이에게 명중되었다면, 갑에 대한 살인죄의 미수범과 고양이에 대한 과실재물손괴죄(처벌조항 없음)가 동시에 성립되어 경합한다.


형법 제15조(사실의 착오)

① 특별히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② 결과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죄의 경우에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75. 4. 22., 선고, 75도727, 판결

구체적 사실의 착오 →  判 “갑”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을 발사한 이상 그것이 목적하지 아니한 “을” 에게 명중되어 “을”이 사망한 경우에 “을”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는 것이다.


② 인과관계

 객관적 구성요건 중 인과관계란,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일정한 연관관계를 의미한다. 인과관계를 판단함에는 조건설, 상당인과관계설, 합법칙적 조건설, 그리고 객관적 귀속이론이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상당인과관계설의 입장을 따른다.


형법 제17조(인과관계)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인과관계는 보통 원인과 결과가 선후관계로 놓여있어야 인정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강간죄와 관련하여 원인(폭행 • 협박)과 결과(간음행위)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에도 인과관계를 인정한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2016전도156, 판결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등 참조). 또한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나,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범죄행위와 결과 사이에 다른 행위가 개입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525 판결 [살인미수(변경된죄명:살인)]  

피고인의 자상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되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라도 그 행위와 사망간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진단서에는 직접사인 심장마비, 호흡부전, 중간선행사인 패혈증, 급성심부전증, 선행사인 자상, 장골정맥파열로 되어 있으며, 피해자가 부상한 후 1개월이 지난 후에 위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 패혈증이 위 자창으로 인한 과다한 출혈과 상처의 감염 등에 연유한 것인 이상 자상행위와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2) 위법성

 위법성이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입장과 모순•충돌하는 성질을 가지는지 여부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어떤 행위가 죄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위법성은 ①객관적 정당화요소나 ②주관적 정당화요소(방위의사, 피난의사) 가 있는 경우 조각된다. 그리고 위법성조각사유는 다음 5가지 유형이 있다.


① 정당행위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우선 어떤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행위라면 처벌할 수 없다. 정당행위는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될 때 인정된다. 정당행위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와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가 있다.

 가령 의사의 치료행위는 신체침습적 행위이므로 상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위이다. 이와 관련하여 형법상 의사의 치료행위가 상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업무로 인한 행위’로 판단하여 상해죄의 위법성을 조각시킨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대법원 92도2345 판결에서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의무의 이행을 전제로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을 조각한 적이 있다. 결국 의사의 행위는 상해에 해당하나, 정당한 행위이므로 벌하지 않는다.


대법원 1978. 11. 14. 선고 78도2388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의사가 인공분만기인 “샥숀”을 사용하면 통상 약간의 상해정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상해가 있다하여 “샥숀”을 거칠고 험하게 사용한 결과라고는 보기 어려워 의사의 정당업무의 범위를 넘은 위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


② 정당방위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驚愕)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이때 상당한 이유란, 방위에 필요한 한도 내의 행위로서 사회윤리에 위배되지 않고 상당성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판례). 방위에 필요한 한도 내의 행위로 인정되려면, 방위를 위해 선택한 수단이 적합한 것이어야 하고, 다른 수단보다 상대적으로 최소한의 침해를 일으켜야 하며, 위험을 회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어야 한다.

 가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타고 앉아 그의 목을 계속하여 졸라 누름으로써 결국 질식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는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이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충분히 제압된 이후에도, 피고인이 계속 목을 조르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다만, 형법 제21조 제2항에서 야간, 공포•경악•흥분에 의한 과잉방위는 다르게 취급한다.


③ 긴급피난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인정된다. 이때 상당한 이유는 해당 행위가 당시 위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최후수단성)이었고,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상대적 최소비난의 원칙)이며, 보전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하고,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성질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 나아가 스스로 위난의 상황을 만든 경우에도(자초위난의 상황)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1987. 1. 20., 선고, 85도221, 판결

선박의 이동에도 새로운 공유수면점용허가가 있어야 하고 휴지선을 이동하는 데는 예인선이 따로 필요한 관계로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해상으로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태풍을 만나게 되고 그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사회통념상 가장 적절하고 필요불가결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형법상 긴급피난으로서 위법성이 없어서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고 미리 선박을 이동시켜 놓아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위와 같은 긴급한 위난을 당하였다는 점만으로는 긴급피난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④ 자구행위


형법 제23조(자구행위)

①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保全)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의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형법상 자구행위라 함은 법적 절차를 통해 청구권을 보전하기가 불가능하거나 힘들 경우, 스스로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상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자구행위로 인정받아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청구권 보전이 법적 절차로 지켜지기 어렵고, ㉡자구행위의 내용이 상당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피해자 소유의 가구점에 관리종업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가구점의 시정장치를 쇠톱으로 절단하고 들어가 가구들을 무단으로 취거한 행위가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청구권의 실행불능이나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도 할 수 없다.


⑤ 피해자 승낙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피해자가 그 행위를 허락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으로는,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양해와 위법성을 조각하는 승낙이 있다. 우선 앞서 살펴보았듯이, 의사의 치료행위에 대해 승낙하는 것은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피해자 승낙에 해당한다.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양해의 예로 아래 판례 등이 있다.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87, 판결

동거중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가는 것을 피해자가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아니하였다면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는 절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3) 책임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여도, 그 행위의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릴 수 없다면 벌하지 않는다. 가령 형사 미성년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는 아직 본인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① 심신장애인 •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

 또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그 행위가 나쁘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형법은 스스로 그 행위의 의미를 알고,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의 행위만을 처벌한다.


민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처벌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스스로를 심신장애(심신상실•심신미약) 상태로 만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까? 가령 일부러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살인을 하는 경우, 이를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라고 부른다(actio libera in causa).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는 책임을 조각하지 않고 처벌한다. 비록 범죄 실행 행위는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했지만, (심신장애로 빠지게 된) 원인 행위 시에는 책임능력이 있었고, 원인행위와 실행 행위는 서로 따로 볼 수 없고 범죄의 측면에서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예외모델). 나아가 판례에 의하면, 형법 제10조 제3항은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까지도 포함한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999, 판결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규정은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도 그 적용 대상이 된다고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할 의사를 가지고 음주만취한 후 운전을 결행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피고인은 음주시에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을 예견하였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법조항에 의하여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등을 할 수 없다.


② 강요된 행위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판례에 의하면, 제12조의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은 심리적 의미에서 육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절대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경우와, 윤리적 의미에서 강압된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성장교육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내재적인 관념 내지 확신으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경우까지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1670, 판결).


③ 기대가능성

 기대가능성이란 행위 당시 구체적인 사정상, 행위자가 범죄행위를 하지 않고 적법한 행위를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범죄적 행위가 있었던 상황에서 적법하게 행동할 것을 일반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 책임을 조각하여 처벌하지 않는다.


대법원 1966. 3. 22., 선고, 65도1164, 판결

입학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으로서 자기 자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탐지한 것이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미리 출제될 시험문제를 알게 되어 그에 대한 답을 암기하였을 경우 그 암기한 답에 해당된 문제가 출제되었다 하여도 위와 같은 경위로서 암기한 답을 그 입학시험 답안지에 기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그 일반수험생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보통의 경우 도저히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④ 법률의 착오 (cf. 사실의 착오) •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법률의 착오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착각한 경우를 의미한다. 법률의 착오에는 직접적 착오와 간접적 착오가 있다. 직접적 착오에는 ㉠법률의 부지, ㉡효력의 착오, ㉢포섭의 착오가 있고, 간접적 착오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에 대한 착오, ㉢위법성조각사유의 한계에 대한 착오가 있다.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법률의 착오의 경우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조각한다. 이유가 없으면 없으면 고의범으로 처벌하며 형의 감경이 가능하다. 정당한 이유란 오인에 과실이 없는 때를 의미하고, 구체적인 행위자의 지적 인식능력을 기준으로 회피가능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자신의 행위가 법으로 금지된 사실을 소극적으로 몰랐던 경우는 법률의 착오에 포함되지 않는다(판례).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행위자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자신의 행위가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경우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라 한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와 관련하여, 당번병이 중대장의 처로부터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마중나가 다음날 귀가한 사안에서, 법원은 관사이탈 행위는 당번병의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한 행위로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구지법 2022. 1. 26., 선고, 2021고합456, 판결 : 항소

1)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CCTV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각하고 피해자의 패딩과 조끼를 확인하는 등의 수색행위로 나아갔고, 위와 같은 행위를 모두 마친 후에야 비로소 피해자가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켜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것이다.

2) 대법원은 피고인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켰더라도 그러한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지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 시를 기준으로 하여 피고인이 놓인 상황, 법익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의 태양,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주변의 상황, 법익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등을 규범적·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의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객관적·사후적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법익의 침해가 없었다고 판명되었더라도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하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3) 미수범 등 기타 형법총론 내용


(1) 미수범

 미수범이란 범죄가 착수 및 실행되었지만, 그 실행행위가 종료되지 않았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미수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도 무조건적•확정적 행위의사로서 기수범의 고의가 필요하다(판례).

 또한 미수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한다. 실행의 착수는 밀접행위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보호 법익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을 가하거나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행위를 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본다. 예외적으로 침투간첩죄는 주관설을 따르고, 방화죄는 형식적 객관설을 따른다.

 나아가 미수범의 경우 범죄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이는 범죄 실행의 수단이 잘못되었거나 범죄 대상의 특성상 범죄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원시적으로 불가능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 미수에는 불능미수, 장애미수, 그리고 중지미수가 있다.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6641, 판결

피고인이 방화의 의사로 뿌린 휘발유가 인화성이 강한 상태로 주택주변과 피해자의 몸에 적지 않게 살포되어 있는 사정을 알면서도 라이터를 켜 불꽃을 일으킴으로써 피해자의 몸에 불이 붙은 경우, 비록 외부적 사정에 의하여 불이 방화 목적물인 주택 자체에 옮겨 붙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현존건조물방화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불능미수 • 불능범

 불능미수란 행위의 성질상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한다(판례). 위험성도 없는 경우는 불능범이라고 하며, 처벌하지 않는다. 위험성의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상황1> 피고인이 소금을 독약이라고 착각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먹이는 방식으로 살인을 시도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 : 독약을 피해자에게 먹임

-일반인의 판단 : 독약을 피해자에게 먹이는 것은 위험함

-결론 : 피고인은 살인미수


<상황2> 피고인이 소금을 먹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피해자에게 소금을 먹여서 살인 시도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 : 소금을 피해자에게 먹임

-일반인의 판단 : 소금을 피해자에게 먹이는 것은 위험하지도 않음

-결론 : 불능범. 피고인은 무죄. 


형법 제27조(불능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② 장애 미수

 장애미수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상태이지만 외부의 장애 때문에 범죄를 완성시키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가령 도둑질을 하려 했는데 근처에 경찰관이 있는 것을 보고 절도를 그만둔 상황이 장애미수에 해당한다. 판례에 의하면, 치솟는 불길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거나, 많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고 범행을 그만 두었다면 자의성을 부정한다. 장애미수는 기수범보다 형을 감경한다.


형법 제25조(미수범)

①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②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③ 중지미수

 마지막으로 중지미수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자가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르기 전에 자의로 이를 중지하거나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경우이다. 범죄 행위의 진행 정도에 따라 필요한 행위가 다르다. 실행미수의 중지의 경우 범죄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착수미수의 중지의 경우 범행계속을 포기하는 부작위로도 족하다.

 중지미수에서는 본인의 의지로 범죄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장애미수나 불능미수보다 그 불법이 적다. 이를 고려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까지 한다. 따라서 자의성의 의미가 중요하며, 이에 대해 학설대립이 있다. 구체적으로 객관설(범행을 중지할 외부적 상황이 있으면 장애미수, 내부적 동기로 중지하면 중지미수), 주관설(자의성이란 후회나 연민 등 윤리적 동기), 프랑크(Frank)의 공식(할 수 있었음에도 원치 않아서 중지하면 자의), 자율적 동기•타율적 동기구별설(절충설), 규범적 판단설(합법성으로의 회귀 여부)이 있다. 판례는 범죄 실현에 장애가 없는 경우를 중지미수라고 본다.


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2002 판결

중지미수라 함은 범죄의 실행행위에 착수하고 그 범죄가 완수되기 전에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범죄의 실행행위를 중지하는 것으로서 장애미수와 대칭되는 개념이나 중지미수와 장애미수를 구분하는데 있어서는 범죄의 미수가 자의에 의한 중지이냐 또는 어떤 장애에 의한 미수이냐에 따라 가려야 하고 특히 자의에 의한 중지중에서도 일반사회통념상 장애에 의한 미수라고 보여지는 경우를 제외한 것을 중지미수라고 풀이함이 일반이다.


 나아가 공범의 경우 어떤 중지행위가 있어야 미수범이 성립할까? 착수중지의 경우 가담자 전원이 실행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실행행위 중지는 결과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고, 결과발생이 방지되어야 한다. 이때 자의로 중지한 자는 중지미수, 다른 가담자는 장애미수가 된다.


(2) 예비 • 음모

 예비란 특정한 범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외부적 준비행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행위를 뜻한다. 음모란 객관적으로 보아 특정한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될 때 성립되는 것이다. 예비•음모죄의 예로는 폭발물사용 예비•음모등 죄가 있다. 나아가 실행의 착수가 있기 전인 예비•음모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 중지범의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판례).


형법 제28조(음모, 예비)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형법상 음모죄가 성립하는 경우의 음모란 2인 이상의 자 사이에 성립한 범죄실행의 합의를 말하는 것으로, 범죄실행의 합의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범죄결심을 외부에 표시·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특정한 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될 때에 비로소 음모죄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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