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1 : 진실의 상대성을 극복하는 노력

증거의 의미 | 증거의 종류 | 증명의 원칙

by 하자연 Jha Eon Haa


1) 증거의 의미


(1) 증거의 의미

증거란 재판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실인정의 근거로 되는 자료이다. 나아가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이며, 타인에게 유불리나 증거가치의 유무 및 정도를 불문한다.

한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수집하지 못하는 자료가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의하면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무죄 또는 면소(공소기각 ✕), 형의 (필요적)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사유가 인정된다.


(2) 증거능력과 증명력

증거능력이란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증거의 자격을 의미한다. 증명력이란 증거 그 자체가 진실일 가능성이나 요증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이때 요증사실은 재판에서 증거로써 확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이다.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위법수집증거가 문제된다. 위법수집증거란 고문이나 주거침입, 위조 등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이다. 형사재판에서 위법수집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한편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대증거는 증거능력이 불필요하다. 그리고 민사재판에서는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증거의 증명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증거에 대해 재판에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그 스스로 낮은 증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판례). 또한 수사관이 투약 혐의자로부터 채취한 소변머리카락을 그의 눈앞에서 밀봉하는 등 인위적인 조작이 없음을 담보할 조처 없이 가지고 간 경우, 그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메트암페타민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3) 위증죄 등

증거는 과거사실을 재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따라서 증거를 위조하는 등의 잘못된 시도들을 형벌로 처벌한다. 증거와 관련된 죄로 증거인멸죄와 위증죄가 있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152조(위증, 모해위증)

①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편 헌법상 자기부죄금지원칙이 인정된다. 그래서 피고인은 본인이 유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해당 증거가 본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나아가 증거인멸죄는 형법상 친족간특례가 적용되어, 가족을 위해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③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2) 증거의 종류


(1) 직접증거 • 간접증거, 실질증거 • 보조증거

직접증거란 주요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이고, 간접증거란 요증사실을 간접적으로 추인케 하는 정황증거이다.


〇직접증거 : 살인죄에서의 시체

〇간접증거 : 피고인의 옷에 묻은 피해자의 피


증거의 또다른 구분으로, 실질증거란 주요 사실의 존부를 직접•간접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보조증거란 실질증거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해 사용되는 증거이다.


〇실질증거 : 살인 현장을 목격한 증인의 진술

〇보조증거 : 증인이 과거에 거짓말을 한 정황


(2) 탄핵 증거

탄핵증거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이다. 탄핵의 대상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 및 진술이 기재된 서면의 증명력이다. 탄핵증거에는 엄격한 증거능력을 요하지 않는다. 가령 내용이 부인된 사법경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945, 판결

탄핵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감쇄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범죄사실 또는 그 간접사실의 인정의 증거로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3) 진술증거 • 비진술증거, 그 외

진술증거란 사람의 진술을 증거로 하는 것이다. 비진술증거란 진술 이외의 서증과 물적 증거를 뜻한다. 한편 '증거물인 서면'이란 서면의 내용과 함께 그 존재 또는 상태까지 증거가 되는 것이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5도2275, 판결

피고인이 수표를 발행하였으나 예금부족 또는 거래정지처분으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하였다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되는 수표는 그 서류의 존재 또는 상태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이어서 증거물인 서면에 해당하고 어떠한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에 갈음하는 대체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종이가 정보를 담는 주요한 매체였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를 담는 여러 매체들이 발전하였고, 그에 따라 소송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증거가 채택된다. 우선 녹음테이프 등의 전자매체는 그 성질상 서명 또는 날인이 없으며, 형사소송법 제311조 ~ 제315조 규정에 따라 증거능력 인정한다. 나아가 컴퓨터 디스켓의 문건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그 성질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 ㉠동일성(원본 그대로 복사)과 ㉡진정성(전문법칙 적용) 을 고려한다.

또한 우리나라 형사소송에서는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 부정하고 정황증거로만 참고한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이는 극장재판의 위험성(영상을 트는 것으로 공판을 대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 범죄현장을 직접 담은 영상이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과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의 경우에는 영상녹화물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3자의 출석요구 등)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②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감정·통역 또는 번역을 위촉할 수 있다.

③제163조의2제1항부터 제3항까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베터 콜 사울 시즌1 ep.1 지미가 이런저런 말을 하며 피고인들을 변호하자, 검사는 별말 없이 범죄현장이 담긴 비디오를 튼다.


3) 증명의 원칙


(1) 입증책임

입증책임이란 요증사실의 존부가 진위불명인 경우 당사자 중 누구에게 그 불이익을 돌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소송에서 증명이 필요한 사실에 대해 입증이 실패하면 해당 사실은 없었던 일로 여겨지고, 이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주며 입증책임을 지닌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민법의 경우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른다(판례). 구체적으로 원고는 직권조사사항인 소송요건과 권리근거규정의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피고는 항변사항인 소송요건, 권리장애•멸각•저지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청구이의의 소, 배당이의의 소의 경우 입증책임이 반대로 적용된다.


형법에서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진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우선 동시범의 경우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행위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누구의 행위로써 상해가 발생하였는지가 애매하면 모든 사람들을 상해의 공동정범으로 본다. 그래서 검사가 각 피고인의 행위와 상해의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대신 각자가 본인의 행위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의 경우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어떤 이가 오로지 진실만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명예훼손적인 발언을 하였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리고 발언자가 명예훼손사실에 대해 진실성과 공공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거증책임의 전환은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며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형법 제263조(동시범)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마지막으로 공법에서의 입증책임을 알아본다. 행정소송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간에 분배되면서도, 항고소송의 특성을 어느 정도 고려한다(판례). 구체적으로 소송형식상의 차이, 특별한 하자의 주장, 처분의 무효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가 진다. 특히 처분사유는 피고인 행정청이 입증하고, 권리장애사실이나 수익적 처분의 성립요건 충족 여부는 원고가 입증한다.


(2) 증명에 관한 기타 원칙

민법은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른다. 자유심증주의란 법관이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때 '변론 전체의 취지'란 증거조사의 결과를 제외한 일체의 소송자료를 의미한다. 공법에서의 증명의 원칙은 대체적으로 민사의 법리를 따른다.


형사법에서도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나 예외가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①자백의 보강법칙, ②공판조서의 증명력, 그리고 ③피고의 진술거부권의 행사가 있다. 따라서 법관이 피고인의 자백을 믿더라도 자백 이외의 증거가 반드시 있어야 유죄판결을 할 수 있다. 또 공판의 절차는 공판조서의 기록으로만 판단하며, 피고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피고인을 나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증거재판주의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특히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증명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 한편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들을 종합한 증명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증명의 대상 및 정도

① 민사

민사 영역에서 증명의 대상은 요증사실이다. 민사소송은 ㉠사실인정과 ㉡법 적용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단계에서 분쟁과 관련된 모든 과거의 사실에 대해 따지는 것이 아니고, 법률관계의 발생과 소멸에 관련되는 사실만 증거로써 재현한다. 이를 요건사실이라고 한다. 요건사실 중에서도 당사자간에 다툼이 있는 사실은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요증사실이라고 부른다. 한편 불요증사실에는 법률상 추정, 재판상 자백, 자백간주, 현저한 사실이 있다. 나아가 법규는 증명이 불필요하나, 경험법칙은 자유로운 증명에 의해 밝힌다.

증명의 정도에는 증명과 소명이 있다. 증명은 어느 사실의 존부에 관하여 법관이 '확신'을 얻게 하는 입증의 정도이다. 소명은 '개연성' 정도의 심증을 주는 입증이다. 사실인정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증명이 필요하나, 보전처분(가압류, 가처분)의 경우 소명 수준의 입증이 요구된다.


② 형사

형사에서는 범죄사실 중 범죄의 구성요건에 대하여 증명이 필요하다. 불요증사실에는 공지의 사실, 사실상 추정, 그리고 증거금지사실이 있다.


형법에는 엄격한 증명자유로운 증명이 있다. 두 증명방법은 증명과정을 거칠 때 법률이 정한 방법 및 절차를 엄격히 따르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엄격한 증명의 경우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를 적법한 증거조사를 통해 평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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