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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Oct 01. 2023

증거 1 : 진실의 상대성을 극복하는 노력

증거의 의미 | 증거의 종류 | 증명의 원칙


1) 증거의 의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라 쇼몬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증인들이 다 다른 말을 한다. 진실은 하나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본다. 사람은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진실을 왜곡하게 되는데, 때때로 스스로까지 속여 자신이 진실을 왜곡하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으로 죽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였다고 한다.

                    


 현재에 놓인 진실도 그 상대성 때문에 파악하기 힘든데, 과거의 진실을 안다는 건 더욱 힘들다. 특히 과거의 일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기 때문에, 현재에 그 일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재판은 과거의 일을 소송에서 재구성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과거의 사건들이 남긴 흔적들을 엮은 자료를 사용한다.


(1) 증거의 의미

 증거란 재판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실인정의 근거로 되는 자료이다. 나아가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이며, 타인에게 유불리나 증거가치의 유무 및 정도를 불문한다(판례)

 한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수집하지 못하는 자료가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의하면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무죄 또는 면소(공소기각 ✕), 형의 (필요적)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사유가 인정된다.


대법원 1997. 1. 16., 자, 95모38, 결정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되어야 하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이유 중에서 증거로 채택되어 '죄로 되는 사실'(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용된 증언을 뜻하므로, 원판결의 이유에서 증거로 인용된 증언이 '죄로 되는 사실'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의 것이라면 위 법조 소정의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에 해당한다.


(2) 증거능력과 증명력

 증거능력이란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증거의 자격을 의미한다. 증명력이란 증거 그 자체가 진실일 가능성이나 요증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이때 요증사실은 재판에서 증거로써 확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이다.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위법수집증거가 문제된다. 위법수집증거란 고문이나 주거침입, 위조 등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이다. 형사재판에서 위법수집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한편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대증거는 증거능력이 불필요하다. 그리고 민사재판에서는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증거의 증명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증거에 대해 재판에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그 스스로 낮은 증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판례). 또한 수사관이 투약 혐의자로부터 채취한 소변머리카락을 그의 눈앞에서 밀봉하는 등 인위적인 조작이 없음을 담보할 조처 없이 가지고 간 경우, 그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메트암페타민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3) 위증죄 등

 증거는 과거사실을 재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따라서 증거를 위조하는 등의 잘못된 시도들을 형벌로 처벌한다. 증거와 관련된 죄로 증거인멸죄와 위증죄가 있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152조(위증, 모해위증)

①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편 헌법상 자기부죄금지원칙이 인정된다. 그래서 피고인은 본인이 유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해당 증거가 본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나아가 증거인멸죄는 형법상 친족간특례가 적용되어, 가족을 위해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③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2) 증거의 종류


(1) 직접증거 • 간접증거, 실질증거 • 보조증거

 직접증거란 주요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이고, 간접증거란 요증사실을 간접적으로 추인케 하는 정황증거이다.


〇직접증거 : 살인죄에서의 시체

〇간접증거 : 피고인의 옷에 묻은 피해자의 피


 증거의 또다른 구분으로, 실질증거란 주요 사실의 존부를 직접•간접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보조증거란 실질증거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해 사용되는 증거이다.  


〇실질증거 : 살인 현장을 목격한 증인의 진술

〇보조증거 : 증인이 과거에 거짓말을 한 정황


(2) 본증 • 반증

 본증이란 거증 책임을 지는 당사자(보통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이다. 반증은 반대당사자(가령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이다.


(3) 탄핵 증거

 탄핵증거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이다. 탄핵의 대상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 및 진술이 기재된 서면의 증명력이다. 탄핵증거에는 엄격한 증거능력을 요하지 않는다. 가령 내용이 부인된 사법경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945, 판결

탄핵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감쇄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범죄사실 또는 그 간접사실의 인정의 증거로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4) 원본증거 • 전문증거

 원본증거란 직접 경험한 요증사실을 진술한 증거이다. 전문증거란 요증사실을 간접적으로 진술한 내용을 담은 증거이다. 예를 들어 범죄의 피해자가 직접 공판에 출석하여 진술하는 경우 이는 원본증거이고, 범죄 피해자가 경찰조사에 참여하여 작성된 조서는 전문증거이다.


(5) 진술증거 • 비진술증거,  그 외

 진술증거란 사람의 진술을 증거로 하는 것이다. 비진술증거란 진술 이외의 서증과 물적 증거를 뜻한다. 한편 '증거물인 서면'이란 서면의 내용과 함께 그 존재 또는 상태까지 증거가 되는 것이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5도2275, 판결

피고인이 수표를 발행하였으나 예금부족 또는 거래정지처분으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하였다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되는 수표는 그 서류의 존재 또는 상태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이어서 증거물인 서면에 해당하고 어떠한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에 갈음하는 대체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종이가 정보를 담는 주요한 매체였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를 담는 여러 매체들이 발전하였고, 그에 따라 소송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증거가 채택된다. 우선 녹음테이프 등의 전자매체는 그 성질상 서명 또는 날인이 없으며, 형사소송법 제311조 ~ 제315조 규정에 따라 증거능력 인정한다. 나아가 컴퓨터 디스켓의 문건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그 성질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 ㉠동일성(원본 그대로 복사)과  ㉡진정성(전문법칙 적용) 을 고려한다.

 또한 우리나라 형사소송에서는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 부정하고 정황증거로만 참고한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이는 극장재판의 위험성(영상을 트는 것으로 공판을 대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 범죄현장을 직접 담은 영상이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과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의 경우에는 영상녹화물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3자의 출석요구 등)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②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감정·통역 또는 번역을 위촉할 수 있다.

③제163조의2제1항부터 제3항까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영상물의 촬영ㆍ보존 등)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ㆍ보존하여야 한다.

⑥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베터 콜 사울 시즌1 ep.1 지미가 이런저런 말을 하며 피고인들을 변호하자, 검사는 별말 없이 범죄현장이 담긴 비디오를 튼다.


3) 증명의 원칙


(1) 입증책임

 입증책임이란 요증사실의 존부가 진위불명인 경우 당사자 중 누구에게 그 불이익을 돌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소송에서 증명이 필요한 사실에 대해 입증이 실패하면 해당 사실은 없었던 일로 여겨지고,  이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주며 입증책임을 지닌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민법의 경우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른다(판례). 구체적으로 원고는 직권조사사항인 소송요건과 권리근거규정의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피고는 항변사항인 소송요건, 권리장애•멸각•저지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청구이의의 소, 배당이의의 소의 경우 입증책임이 반대로 적용된다.

 증명책임은 경우에 따라 완화되기도 하는데, 그 예로 추정, 간주, 그리고 입증의 완화가 있다. 우선 추정에는 법률상 추정(법률에서 직접 추정의 내용을 정하는 것), 전제사실 A로부터 다른 '사실 B'를 추정하는 경우, 그리고 전제사실 A로부터 '법률관계 B'를 추정하는 경우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한의 이익 추정, 점유의 추정, 공유자 지분의 균등 추정이 있다. 간주에는 의사표시의 의제, 사실의 의제, 그리고 법률관계의 의제가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2조(의사표시의 의제)

의사표시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

1. 일정한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가 있을 경우 고객의 의사표시가 표명되거나 표명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조항. 다만, 고객에게 상당한 기한 내에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면 의사표시가 표명되거나 표명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는 뜻을 명확하게 따로 고지한 경우이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그러한 고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고객의 의사표시의 형식이나 요건에 대하여 부당하게 엄격한 제한을 두는 조항

3. 고객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의 의사표시가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도달된 것으로 보는 조항

4. 고객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의 의사표시 기한을 부당하게 길게 정하거나 불확정하게 정하는 조항


 입증 책임의 완화에는 개연성 이론, 간접증명, 그리고 위험영역설이 있다. 이는 어떤 사실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힘들 경우, 그보다 입증하기 더 쉬우면서 관련있는 주변사실을 증명하면 요증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주택 기타 건물 또는 그 일부의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아 점유·용익하고 있는 동안에 목적물이 화재로 멸실된 경우, 그 화재가 건물소유자 측이 설치하여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 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 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증명책임의 전환이란, 문제적 상황에서 피해자가 정보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 적용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환경분쟁에서 오염을 일으킨 공장주가 주로 공해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피해자는 정보원에 접근하기 매우 어렵다. 의료소송에서도 의사가 피해를 입은 환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진다. 그래서 공해소송이나 의료과오소송에서는 증명책임이 전환되어 회사나 의사가 주로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2123, 판결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는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모두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 내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원인조사가 용이할 뿐 아니라 자신이 배출하는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사회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가해기업이 배출한 어떤 물질이 피해 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 무해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사회 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형법에서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진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우선 동시범의 경우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행위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누구의 행위로써 상해가 발생하였는지가 애매하면 모든 사람들을 상해의 공동정범으로 본다. 그래서 검사가 각 피고인의 행위와 상해의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대신 각자가 본인의 행위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의 경우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어떤 이가 오로지 진실만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명예훼손적인 발언을 하였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리고 발언자가 명예훼손사실에 대해 진실성과 공공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거증책임의 전환은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며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형법 제263조(동시범)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97, 판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고(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참조), 법원이 적법하게 증거를 채택하여 조사한 다음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법에서의 입증책임을 알아본다. 행정소송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간에 분배되면서도, 항고소송의 특성을 어느 정도 고려한다(판례). 구체적으로 소송형식상의 차이, 특별한 하자의 주장, 처분의 무효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가 진다. 특히 처분사유는 피고인 행정청이 입증하고, 권리장애사실이나 수익적 처분의 성립요건 충족 여부는 원고가 입증한다.


(2) 증명에 관한 기타 원칙

 민법은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른다. 자유심증주의란 법관이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때 '변론 전체의 취지'란 증거조사의 결과를 제외한 일체의 소송자료를 의미한다. 공법에서의 증명의 원칙은 대체적으로 민사의 법리를 따른다.

 형사법에서도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나 예외가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①자백의 보강법칙, ②공판조서의 증명력, 그리고 ③피고의 진술거부권의 행사가 있다. 따라서 법관이 피고인의 자백을 믿더라도 자백 이외의 증거가 반드시 있어야 유죄판결을 할 수 있다. 또 공판의 절차는 공판조서의 기록으로만 판단하며, 피고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피고인을 나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증거재판주의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특히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증명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 한편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들을 종합한 증명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등 참조).


(3) 증명의 대상 및 정도

① 민사

 민사 영역에서 증명의 대상은 요증사실이다. 민사소송은 ㉠사실인정과 ㉡법 적용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단계에서 분쟁과 관련된 모든 과거의 사실에 대해 따지는 것이 아니고, 법률관계의 발생과 소멸에 관련되는 사실만 증거로써 재현한다. 이를 요건사실이라고 한다. 요건사실 중에서도 당사자간에 다툼이 있는 사실은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요증사실이라고 부른다. 한편 불요증사실에는 법률상 추정, 재판상 자백, 자백간주, 현저한 사실이 있다. 나아가 법규는 증명이 불필요하나, 경험법칙은 자유로운 증명에 의해 밝힌다.

 증명의 정도에는 증명과 소명이 있다. 증명은 어느 사실의 존부에 관하여 법관이 '확신'을 얻게 하는 입증의 정도이다. 소명은 '개연성' 정도의 심증을 주는 입증이다. 사실인정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증명이 필요하나, 보전처분(가압류, 가처분)의 경우 소명 수준의 입증이 요구된다.


② 형사

 형사에서는 범죄사실 중 범죄의 구성요건에 대하여 증명이 필요하다. 불요증사실에는 공지의 사실, 사실상 추정, 그리고 증거금지사실이 있다.

 형법에는 엄격한 증명자유로운 증명이 있다. 두 증명방법은 증명과정을 거칠 때 법률이 정한 방법 및 절차를 엄격히 따르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엄격한 증명의 경우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를 적법한 증거조사를 통해 평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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