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0
친한 언니가 김창옥 강의를 열심히 듣는단다. 나도 좀 들어볼까 싶어서 모처럼 한가한 어느 오전, 아점을 먹으며 티빙의 김창옥쇼를 틀어놓았다. 휴대 전화의 작은 화면을 건성으로 들여다보며 밥 한술,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 울음이 터졌다.
“불안, 불편함에 오래 노출된 사람은 평화로운 게 더 불안해요. 돈이 쌓이고 풍요로워져서 여유가 있으면 좋아야 하는데, 어색하고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안정감을 덜어내고 삶을 딱 맞게 살면서 한계치에 자기 자신을 밀어붙이죠. 왜? 여유가 불안하고 평안함이 어색하여서. 너무 어린 나이부터 한계치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입에 넣은 밥을 씹어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울며 김창옥의 말을 들었다. 그의 특징이자 장점은 그렇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 눈물을 쏙 빼다가도 말 한마디로 웃음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눈물을 닦다가 웃음이 터졌고 입안의 밥알은 간신히 튀어나오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았다.
지난가을 한동안 한가한 때가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 그동안 못 봤던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도 하고, 빈둥빈둥 놀기도 했다. 한편으로 편안하고 좋으면서도 자꾸 스스로 들들 볶아댔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도 되겠냐고. 알바라도 하나 더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왜 글을 안 쓰고 있는 건지, 책은 왜 쌓아놓고 읽지 않는 건지. 엄마가 있어서 내게 그런 잔소리를 했다면 가출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겨울이 되면서 큰아이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병원과 상담센터 방문 일정으로 바빠졌다. 게다가 아이의 마음을 살피려니 평소보다 더 많이 신경 써야 해서 에너지 소모가 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챙기느라 작은딸과 막내아들까지 더 살피려니 퇴근해서 쉴 시간도 줄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힘듦이 익숙했다. ‘내 팔자에 어째 빈둥거리는 시간이 생겼나 싶었다.’라며 자조했지만 그게 당연한 것만 같았다.
“누구나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길든 것을 편안하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익숙하지 않아 계속 회피하는 겁니다.”
김창옥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카페를 오픈하며 시간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글쓰기에도 매일 시간을 할애하려고 브런지로 일기쓰기 매거진도 만들었다.
무소유를 실천할 것도 아니면서 통장이 텅장이 되어야 마음 편해지는 나에게 이번 생일에는 적은 금액이라도 쌓아둘 수 있는 적금통장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