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음악과 나 02화

미묘함에 대해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를 듣고

by 사공사칠

나는 너무 좋은 노래를 들으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들을 때마다 어디론가 빠져드는 기분을 차분히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이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Something About Us>를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루 종일 라디오를 들었다. 타블로의 ‘꿈꾸라’에서였나. 창 밖의 빗소리 위로 이 곡의 베이스라인이 얹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미묘함이 필요할 땐 이 곡을 듣는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를 때, 그걸 어떻게든 말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살짝 삐져나온 감정이랄까?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닌 것이 그저 ‘something’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있다. 설레고 신나고 좌절하는 온갖 감정 범벅이 썸씽의 정체인가.


이 곡이 그 무언가를 기가 막히게 표현한 이유는 편곡 안에도 있다. 몇 안 되는 악기들은 몇 안 되는 음을 지닌 채 자리를 내주다 만나다를 반복한다. 한꺼번에 등장하는 법이 없다. 이 곡이 너무 좋아 악기별로 따라 칠 때마다 그들 간에 생긴 미묘한 공간에 놀란다. 모든 게 더하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빼며, 이를 통해 다른 이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는 게 이 곡의 미학이다. 베이스는 기타 없이, 기타는 베이스 없이 살 수 없으므로. 서로 배려하며 차츰차츰 만나가는 게 ‘something’을 훼손하지 않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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