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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사공사칠 Feb 17. 2022

훔치기, 세상을 장난감으로 만드는 방법

살바도르 달리 전시를 두 번 보고 나서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라곤 흐물거리는 시계 정도 아는 나는 최근에 DDP에서 하고 있는 달리 전을 오늘까지 두 번 봤다. 다시 보고 싶은 강력한 이유는 그가 창작을 접근하는 방법론을 다시끔 짐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달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감동시키는 것들을 훔치는 아티스트다. 말년에 그가 했던 작업은 역사 속 거장들의 그림을 검토하는 일이었다. 그는 미켈란젤로, 벨라스케즈 등의 그림을 분석하고, 따라 그리며, 구성 요소를 비틀어 2차 창작했다.


그의 훔치기는 존재하는 작품을 넘어서 꿈, 동화 등 다른 매체나 소재도 대상으로 삼는다. 심지어 평생을 사랑한 아내 칼라는 평생 그가 훔친 대상이다. 그는 아마 칼라가 되어보고, 그녀처럼 울고 웃어 보며, 종래에는 그녀를 그림 속 새로운 이야기에 등장시킨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훔치는 사람은 마치 어린 아이같다. 어린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장난감으로 삼는다. 손에 잡힌 소재를 이리 저리 관찰하며 그는 소재를 비틀기 시작한다. 소꿉놀이를 할 때 고정된 역할에 머물지 않고, 엄마도 해보고 아빠도 해보고 아이도 해본다. 흙을 쥐어주면 성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부시고, 지하 땅굴을 만든다. 끝없이 훔쳤던 달리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창의꾼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훔치기를 통해 어린 아이로 남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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