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음악과 나 06화

바다 수영에 대해

랩 하는 메치와 이야기하던 중…

by 사공사칠

오늘 낮에 래퍼 메치 (Mechiling)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올해 서른일곱인 메치 형은 영어 과외를 통해 최소한의 수입을 벌고 랩을 하며 산다.


랩을 하지 않았더라면, 메치는 아마 큰 회사에 취직해서 꽤 많은 수입을 올리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만한 대학에 공학까지 전공했으니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랩이 뭐길래. 내 목소리로 내 음악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까 봐 그는 오늘도 삶과 씨름한다.


상황은 나 또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평생 음악을 만들겠다는 꿈을 좇았으나 내가 대학에서 전공한 건 신문방송학이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하다고 해도 음악만 안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수입은 많았으리라. 생활고가 너무 심해 취업 준비도 했었다. 그때마다 아직 만들지 못한 노래들이 눈에 밟혀서, 그걸 바라볼 때마다 어떤 때보다 마음이 아파서 힘들지만 이 길을 걷는다. 음악이 뭐길래..


대화를 이어가던 중 머릿속에서 며칠 전 다녀왔던 거제도 여행 중의 사건이 떠올랐다. 매 해마다 바다 수영을 하는 걸 이벤트 삼는 친구 하나가 거제 바다를 바라보다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만 입은 채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바다로 헤엄치는 그를 보면서 일행은 킥킥댔고, 걱정했으며, 내심 부럽기도 했다. 겁이 많은 나 또한 절대 저곳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중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친구가 눈에 밟혔다. 나도 저걸 하지 않으면 평생 바다를 보며 후회할 것 같았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얕은지 깊은지는 들어가 봐야 알 것 아닌가. 강추위가 뇌를 얼렸는지 결국 나 또한 바다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바다가 깊었고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바다의 고요함은 근래 느낀 가장 무거운 소리였다. 따뜻했고 자유로웠다. 바다에서 나온 뒤 추위에 떨긴 했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아마 메치에게 랩도 바다 수영 같은 것일까? 지금 이걸 안 하면 평생 후회할까 봐.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맛 보지 못 한 채 그리워하며 살까 봐. 그래서 바다에 뛰어들었나 보다. 외롭고 막막하지만 그곳만이 주는 고요함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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