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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사공사칠 Feb 18. 2022

바다 수영에 대해

랩 하는 메치와 이야기하던 중…

오늘 낮에 래퍼 메치 (Mechiling)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올해 서른일곱인 메치 형은 영어 과외를 통해 최소한의 수입을 벌고 랩을 하며 산다.


랩을 하지 않았더라면, 메치는 아마 큰 회사에 취직해서 꽤 많은 수입을 올리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만한 대학에 공학까지 전공했으니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랩이 뭐길래. 내 목소리로 내 음악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까 봐 그는 오늘도 삶과 씨름한다.


상황은 나 또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평생 음악을 만들겠다는 꿈을 좇았으나 내가 대학에서 전공한 건 신문방송학이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하다고 해도 음악만 안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수입은 많았으리라. 생활고가 너무 심해 취업 준비도 했었다. 그때마다 아직 만들지 못한 노래들이 눈에 밟혀서, 그걸 바라볼 때마다 어떤 때보다 마음이 아파서 힘들지만 이 길을 걷는다. 음악이 뭐길래..


대화를 이어가던 중 머릿속에서 며칠 전 다녀왔던 거제도 여행 중의 사건이 떠올랐다. 매 해마다 바다 수영을 하는 걸 이벤트 삼는 친구 하나가 거제 바다를 바라보다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만 입은 채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바다로 헤엄치는 그를 보면서 일행은 킥킥댔고, 걱정했으며, 내심 부럽기도 했다. 겁이 많은 나 또한 절대 저곳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중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친구가 눈에 밟혔다. 나도 저걸 하지 않으면 평생 바다를 보며 후회할 것 같았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얕은지 깊은지는 들어가 봐야 알 것 아닌가. 강추위가 뇌를 얼렸는지 결국 나 또한 바다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바다가 깊었고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바다의 고요함은 근래 느낀 가장 무거운 소리였다. 따뜻했고 자유로웠다. 바다에서 나온 뒤 추위에 떨긴 했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아마 메치에게 랩도 바다 수영 같은 것일까? 지금 이걸 안 하면 평생 후회할까 봐.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맛 보지 못 한 채 그리워하며 살까 봐. 그래서 바다에 뛰어들었나 보다. 외롭고 막막하지만 그곳만이 주는 고요함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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