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내리는 근육 키우기
영화음악감독 한재권 님께 배웠을 때, 곡을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다듬어 완성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 미완의 상태로 남은 수많은 데모들이 떠올랐다. 왜 나는 완성하지 못했나? 왜 수많은 곡들이 땅에서 나오기도 전에 흙이 되었나?
어쩌면 곡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결단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드려는 내 안의 완벽주의자는 완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 이것의 어떤 어떤 부분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이 곡을 안 좋게 생각할까봐 등등등 수만가지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결정이 실패했음을 깨닫는다해도 괜찮다. 나쁜 결정은 더 좋은 결정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곡을 완성하고 공개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려주는 교과서로 기능할 수 있다. 완성하지 못하면 이 귀중한 배움을 놓친다.
완성은 하면 할수록 결단력을 길러준다. 곡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던 자신을 누구보다 용감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누구보다 많이 단련된 사람이 되어 더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닦아줌은 덤이다. 마치 근육 키우기처럼,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근육이 굳듯 완성의 뇌 또한 굳지 않기 위해선 게을리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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