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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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문장이 마치 시 같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먼저 읽어서 이런 기분을 느끼나 보다.
한 줄 한 줄이 함부로 쓰이지 않았다. 말을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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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라는 표현을 생각해 본다. 발음할 때마다 숙연해지고 우중충해지고 무거워지는 말.
‘족다’도 아니고 ‘작다’도 아닌 ‘죽다’.
사람이 땅에 숨도 쉬지 않고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검은 숲’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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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체가 갑자기 기울임체로 바뀌면서 글의 호흡이 변했다. 어딘가를 향해 무척 몰아치는 것 같았다.
글 속에서 폭풍도 느꼈고 갑작스러운 침묵도 느꼈다. 기울임체가 제 역할을 했다.
정자체에 비해 기울임 정도만 바뀌었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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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무대에서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이것은 일어나야 할 일이었을까?
무안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200명 남짓한 생명이 사라졌다. 이 일도 일어나야 했었나?
왜 새는 비행기에 부딪혀야만 했을까? 고통과 절망, 불운은 왜 나와 우리에게 찾아올까?
(‘밤의 눈동자’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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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의 엄마는 전두환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준비했던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을 것이다. 하나뿐인 아들을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속에 이상한 기분이 치밀었을 것이다. 무엇이 올라왔을까?
뜨거운데 가끔씩 식는, 울다가 지치다가 울기를 반복할 때 느끼는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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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읽고 난 후 나를 멈춰 세운다.
어딘가에 가만히 멈춰 서서 읽은 이야기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행간에 사는 그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없어 아쉽고 시원섭섭하다.
(‘꽃 핀 쪽으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