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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Mar 08. 2023

바야흐로 '대'보건실의 시대

반갑다. 매점폐쇄

개학이다.

바빴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보건실의 3월은 매우 바쁘다.

겨울방학 내내 수정을 거듭한

학교교육계획서에 따른

보건실 연간계획도 세워야 하고,

그 외에도 성교육 계획,

건강검진 계획, 무슨무슨 계획

등등등 내부결재할 것들이 산더미이다.

서류로만 멈출 것이 아니라,

병원, 검진기관 등등 직접 일정과 장소까지

합의해야 되는 업무가 많아서

3월이 지나야 숨통이 트인다.

가정통신문도 잊으면 안된다.

개인정보가 중요해지면서

보건실도 꼭 받아두어야 할 가정통신문이 있다.

그래야 법적 책임에 대한 공방을 멈출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배부한 뒤

돌려받고 보관해야 되는 것이 있다.

국민학교를 나온 나는

4학년에 처음으로 급식을 접했다.

당시 우리 학교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학교이고,

학생수가 많아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등교하던 학교라

시범사업으로 동네에서 제일 먼저 급식을 실시했다.

그게 얼마나 큰 자랑이었는지 모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식판 한칸을 꽉 채우던 네모지고 커다란 빵과 스프이다.

빵이 나오는 날이면 꼭 스프가 나왔다.

나름 양식이라고 그랬나보다.

그 커다란 빵의 가운데에는

크림 종류가 들어있었는데,

빵이 커서인지 크림도 엄청 많아서

급식 남기면 혼이 날까봐

수저통에 크림을 덜어 숨겨 오곤 했다.

그 큰 크림빵을 어떻게 다먹나 하고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걱정을 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시범적으로 실시하던 급식은 이제

전국 무료급식으로 바뀌었다.

오죽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급식이들'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는 원칙적으로

매점에서 음식을 판매할 수 없어서

도시락을 두 개씩 싸서 다니던

나의 고등학교 때처럼

매점에서 천원하는 냉면이나,

오백원하는 떡볶이 등을 먹을 수 없다.

매점이 아예 없기도 하다.

그러 학교에 매점이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매력포인트이다.

우리학교는 개교이래 매점이 없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출생의 파도는 매점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넘쳐나던 아이들로도

매점의 수입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올해 우리학교 매점은 문을 닫았다.


학생들은 매우 섭섭한 눈치이다.

그러나 나는 은근히 반갑다.

아니 아주 반갑다.

얼마나 반가운지 영양사 선생님과 껄껄껄 웃을 정도이다.

바야흐로 '대'보건실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나의 짜잔한 보유물들은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발휘하고 있다.

개학하자마자 나눠드린 회수용 가정통신문을

제일 먼저 회수하여 갖다주신 담임선생님께

미니사탕을 학생수만큼 드렸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본인이 드실 것도 아닌데,

 번을 고맙다고 하시며 가져가셨다.

그리고 오늘 나눠주셨나보다.

그 반 아이들이 삼삼오오 보건실에 와서는

마스크 벗은 환한 얼굴로

'선생님, 사탕 너무 맛있었어요.'

'선생님, 사탕 감사합니다.'

'선생님, 보건실 너무 좋아요.' 한다.


아마도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당부하신 덕일 것이다.

가르친대로 행하는 아이들도,

나의 공을 살려주신 담임선생님께도

너무나 감사하다.

나는 학교가 좋다.

보건교사라서 좋다.

오늘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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