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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준비하며

처음부터 책을 좋아한건 아니었어

by 정희정

우연히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날도 우연이었다. 맘카페에서 독서모임을 한다는 글을 보게 된 것은. 사실 나는 이전에도 무수히도 많은 모임을 다녀갔다. 내가 주최를 한 모임도 있었고, 대부분은 주체를 하는 모임에 일원으로 함께 참여를 했다. 영어말하기 모임이 그 시작이었다. 오전 10시경 한 카페에서 대여섯명의 엄마들이 모여 간단한 영어교재를 시작으로 모임을 이어갔다. 그 모임이 일년 즈음 되어 갈때, 나는 그만두었다. 영어라는 것이 매일 같은 단어,언어만 사용을 하게 된다. 친목이라면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얻고자 시작한 모임에서 드러나는 변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영어로 말한다는 것은 혼자서 독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영어도 해보았고 혼자서 간단한교재로 독학도 해보았다. 제일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침새벽시간 혼자서 독학을 하던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이번주에 시작이 될 독서모임을 준비하려고 한다. 매달 선정하는 책 한권을 읽고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될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모임은 설레인다. 아이를 돌보며 가정살림을 꾸리고 집안일을 정리하는등, 그리고 일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사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더욱이 엄마들과의 모임을 가지는 것은 내 의지가 필요하고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며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책 한권은 덤이다.


책을 권한다는 것, 그리고 읽는 다는 것

동생들에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선물하자마자 후회했지만. 사실 책이라는 것은 한 작가의 인생과 삶이 담겨있는 것이고 책이라는 것은 정말 정말 잘. 추천해야 한다는것이 맞다. 3~4년 전쯤. 한창 책읽는 재미를 알아가던 무렵, 서점에서 제목만을 보고 이 책 좋은데. 하며 감히 내동생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집에와서 곰곰이 읽어나가니 아뿔싸. 뭐 이런내용이... 책을 선물하는 것은 좋으나, 잘못된 책을 선물하는 것은 안하니만 못하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금의 환경, 상황도 중요하고 나잇대별, 의식수준에 따라 책은 정말 와닿는 책이 따로있기 때문이다. 내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책을 늘 즐겨읽었다. 그래서 나와는 다르게 독해력이나 역사관련 지식이 뛰어나다.(역사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이모와는 대화가 될 것 같다!!) 그런 동생에게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책을 선물한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진지하게 책 한권을 잘 읽고 정말 좋다고 생각한 책이 아니었다. 그저 제목에 이끌려 슬쩍슬쩍 넘겨보던 책이 좋을 것 같아, 읽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구입한 것인데 내가 읽다보니 내가 부끄러워졌다.


최근 내 지인에게 선물한 책은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잘 풀어낸 책이었다. 일종의 소통공간이 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 책을 읽어보니 많이 와닿았고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책을 선물했고,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보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권 수백권의 책이 나오는 요즘, 더욱 책 고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간을 훑어만 보어도 나의 눈길을 끄는 책들이 있다. 펼쳐보고 다시 내려놓는 책이 있는 가하면, 이 책뭐지? 하며 자꾸자꾸 읽었던 부분도 다시 보게 되는 책들이 있다. 10권을 산다고 하면 1~2권 정도는 나의 책장에 자리한다. 그런 책들은 늘 나와 함께한다. 바깥외출을 할 때도 1~2권은 책을 챙기고 잠을 잘 때도 1페이지를 읽더라도 책이 없으면 허전하다.


내가 거의 맨 처음 책의 재미를 알게 해준 책이 있다. <퍼스트클래스는 펜을 빌리지 않는다> 일본승무원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써내려간 책인데, 이런 책이 나에게는 운명의 책이었다. 나에게 맞는 책은 따로있다. 나처럼 초보이고 책읽기에 두려움이 많은 사람에게는 간단하면서 자신의 경험이 들어가있고, 실생활에 유용한 팁이나 지혜가 담겨있는 이런 류의 책이 참 좋았다. 그렇게 나는 책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책을 생각하면 남동생이 생각난다. 남동생은 나처럼 어릴적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책에 관심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접한 읽기에 좋은 책들은 남동생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책을 정리하게 되다.

이번 책모임,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마음의 준비 뿐만 아니라 환경의 정리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신간을 들여다보고 매주 책이 몇권씩배달되어 오면서 읽는 책, 안 읽는 책, 흥미있는 책, 흥미없는 책이 책장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이번주 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 칸안에 가득차 있는 책을 모두 꺼낸다. 아이책도 내책도 있다. 시리즈물은 시리즈끼리 쌓아둔다. 책을 정리할 때 중요한 것이 있는데, 뺄 것을 고르면 안된다. 남길 것을 골라야 한다. 옷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다. 옷 정리할 때도 만져보고 아,,, 이 옷 좋다.설레인다. 또 입고싶다. 느낌이 가는 옷들만 고른다. 책도 마찬가지다. 10권이 있다고 하면 1~2권은 또 보고싶은 책이 있다. 만져만 보아도 설레이는 책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아닌데. 이런 느낌을 남기는 책이 있다. 그 책만 고른다. 선택한다. 남긴다. 그렇게 가득차있던 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간다. 책을 정리할 때는 과감히 가 필요하다. 일종의 용기다.


남편은 잘 버리지 못한다. 책을 왜 버려? 라고 말했던 적도 있다. 반면 나는 지금, 안 보는 책, 지금 안 쓰는 것은 과감히 정리한다. 나눔하거나 버린다. 정말 아까운 책들도 있다. 한번 정리를 하고 1차로 옷장에 들어간다. 지금은 책장에 넣지 않지만, 1차로 거른다. 사실 나는 옷장에 옷이 별로 없다. 2~3벌의 옷으로 일주일을 입는다. 옷을 사는 습관을 들이지 않아서인지, 남편과 나는 옷은 잘 사지 않는다. 그래서 옷장은 늘 넉넉하다. 여유공간이 있다. 책을 세워둘 공간이 있다. 그래서 1차로 거른 (바로 버리기엔 아까운) 책들을 그 곳에 세워둔다.

2차로 거른 책들은 현관바로 옆 창고로 간다(또는 베란다에 둘 때도 있다) 지금 내 눈에서는 멀어졌지만, 언젠가 다시 책장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고 버리기 바로 직전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아까운 거다. 그럴 때는 이런식으로 1차, 2차로 한번씩 걸러주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어느 날 버려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때 나눔하거나 버리면 된다. 책이 쌓이고 넘치면 좋지만, 생활용품을 두기에도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나의 조그만 소원은 나만의 책방을 여는 것이다. 내가 소중히 아끼고 내 마음을 잠시나마 곁에 두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글로 적어 남겨두고싶다. '최인아 책방'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했던 마음 그대로 책들도 나만의 책방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함께 공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다. 최안아 책방은 작가가 좋아하고 메모하던 책들과 그림책이 책방 그득히 진열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강남 선릉역에 있어서 2~3번 방문한 적도 있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책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나도그런 공간과 그런 시간을 꿈꾼다.


책정리를 하다가 나만의 책방을 꿈꾸고 다시 독서모임으로 돌아와서 나는 추천할 만한 책이 있을지 골라보았다. 내가 좋아했던 구절, 페이지 마다 적어놓은 낙서와 메모들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마흔을 앞두고 아이를 키우며 내 일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힘든 순간은 책의 구절을 찾아헤매기도 했다. 마음껏 수다떨 대상이 없기에 대신 책 속에서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으려 했다. 그랬던 시간을 함께 해준 나의 책들이기에 함께 공감을 이어나갈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권 한권을 조심스레 골라보았다. 첫 번째 모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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