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어제도 책을 팔았다

중고책을 파는 방법

by 정희정

버리기에 앞서서

이책은 버릴까? 말까? 이책은 비싸게주고 샀는데. 이책은 산지 얼마안됐잖아. 이 책은 낙서가 되어있고 이책은, 이책은...


집에 책이늘어가고, 또책은 사고싶다. 아이책도 눈에보이고 새로나온 신간도 눈에 들어온다. 장바구니에 책을 넣어두고 용돈이 생길때마다 주문한다. 책을 위한 용돈통장이 따로 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달에 10~20권 정도 책을 사는듯 하다. 아이들책과 내책, 오프라인서점에서 사기도하고 온라인서점도 잘이용한다.

책용돈 내에서 책을사고 또 책을 팔면 그 용돈통장에 입금된다. 짤랑~ 짤랑~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책사세요 책사세요 하는것 같다.


나의글을 익숙하게 본독자들은 내가 주로 알라딘 서점어플을 애용하는것을 알것이다. 이틀에 한번은 신간구경을 하고 사고싶은책을 물색한다. 내책만 고르지않고 10살 3살 두아이를 위한 그림책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에는 늘 책으로 넘쳐난다. 온라인 장바구니도 넘쳐나고 집안책장도 넘쳐난다.(통장도 넘쳐나면 좋으련만~쩝)


새책 중고책 헌책 안보는책 찢어진책 오래된책

이런책 저런책이 모두 모여있다. 깨끗한 책이 있고 낙서로 내글씨와 흔적이 많은 책도 있다. 책을 보다가 생각나는걸 원없이 적는다. 나도 원래는 책을 깨끗하게 보았다. 네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게해줄게~~ 란 어이없는 멘트처럼 나도 처음엔 책에 낙서 한방울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읽기에도 단계가 있는걸까. 도서관에서 열권씩 책을 빌려읽을때는 당연히 공공도서이기 때문에 낙서를 하면 안되었다. 5년전에만 해도 책과는 담쌓고 살았던 나였다.책은 어려운 것이었다.책은신성한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조금씩책을다루는 방식이, 책읽는 방법이 달라졌다.


어느 책에서 그랬다. 자신이 쓴 책이 마음껏 줄치고 접히는게좋다고. 그땐 이해가 가지않았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된다.

깨끗하게만 보고 이대로 물려줄것도 아니면서 고이고이 보관해두었다. 도서관에서 빌렸기때문에 낙서금지였고 가끔 모서리 귀퉁이를 살짝 접어놓은적은 있었다. 한번 처음부터 주욱 읽고 감명받거나 다시 마음에 새기고픈 구절페이지는 모서리귀퉁이를 접어놓았다. 그때 적은 독서노트에 구절을 필기하고 다시 귀퉁이를 펼쳐놓았다. 그렇게 한권두권..백여권의 책을 읽고 메모한듯하다.

매번적는게 쉽지않았다. 그날의 느낌과 책과 관련있든없든 그날의 감정, 소감을 몇줄씩 기록하기도 했다. 몇달간 지속하던 어느날, 그다음으로 사진찍기로 이어졌다. 책을빌리고 반납할날이 다가오는데 아직 읽어야할 책들이 많았다. 그럴때 귀퉁이 접어놓았던 부분을 다시펼치며 사진으로찍어두었다. 처음보았을때, 귀퉁이펼치며 사진으로 찍을때의 느낌은또달랐다. 눈으로 한번사진찍고 가슴에또한번 새겨지는느낌이었다.그렇게 사진으로 많은양의 페이지들을 찍었고 사진으로 남겼다. 많은 페이지를 찍은책일수록 그책은나에게 더많이 새겨졌다. 나에게 많은배움을주었고 깨달음과 지혜가 되었다.


책에는 작가의 인생스토리가 담겨있다. 나와코드가 맞는 작가도 있다.그책을 대하면 나는 여지없이 밑줄치고 메모를 해댄다. 그렇지 맞아! 이거야. 를 외치는책이 있다. 나도이랬어. 이렇게해볼까. 싶은책이 있다. 나이와 의식, 코드가 맞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내가 산 그 책은 여지없이 밑줄그어지고 글이 적힌다. 모퉁이 귀퉁이가 접힌다. 글을 쓰면서 메모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책을 보면서 내 일과를 적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적기도 한다. 생각나는대로, 흐름가는 대로 적어둔다. 여기 저기에. 끄적 끄적.


아이의 책을 정리할 때는 꼭 아이에게 물어본다

책 정리를 할 때는 혼자 하지 않는다. 꼭 딸의 의견을 물어본다. 읽고 싶은 책, 책장에 그대로 두었으면 좋을 책, 팔거나 정리하면 좋을 책, 이제는 보지 않을 책,.. 일년에 한 두번 치르는 행사처럼, 우리는 6개월에 한번씩은 이렇게 책 정리를 한다. 한가지 팁이라면 깨끗한 책들은 대부분 알라딘에 판다. 오프라인 매장은 가까이 일산에도 있다. 전에는 책을 한아름 바구니에 담고 일산매장에 들르기도 했다. 너무나 많은 책을 한아름 안고 가도 마다하는 책들도 있다. 서점 직원이 책의 뒷부분 바코드를 띡띡 찍는 순간이 온다. 판매불가한 책도 있고, 재고량이 많이 매입불가한 책도 너무나 많이 나온다. 그럴 때는 가져간 그 순간처럼 여지없이 바리바리 싸와야 한다.

이런 경우는 한두번 겪은 결과, 지금은 편하게 알라딘 온라인 어플에서 핸드폰으로 바코드를 촬영한다. 바로 이렇게.



알리딘 램프처럼


알라딘 박스, 상자박스, 원클릭 모두 이용해봤다


1. 알라딘 박스를 주문해보았다.

알라딘 어플에 '알라딘'을 검색하면 알라딘 장바구니가 나온다. 일반 택배박스 상자보다 단단하고 테이프로 동여감지 않아도 되서 편하다. 책은 일반 서적기준으로 20권 정도가 들어간다. 깨끗하고 상태좋은 책들을 모아고 고르고 선별해서 20권을 주황색 알라딘 박스에 담고 지퍼로 채우기만 하면 끝! 함께 동봉된 케이블 끈으로 한번더 조여주면 지퍼가 벌어질 염려가 없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편하다. 책을 팔고 그 금액에 알라딘 박스는 환불금액으로 더해진다.

2. 일반 택배상자 를 이용해보았다.

그림책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알라딘박스에는 그림책은 크기가 달라서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재활용품 코너에서 박스를 구해가지고 와서 넓직한 박스에 차곡차곡 그림책을 쌓았다.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점은 따로 박스 가격이 들지가 않았다. 테이프로 감는 것이 일이었다. 책의 무게와 부피는 쌓이면 쌓일수록 크다. 택배기사님이 힘들거란 생각은 당연히 든다. 포장에 익숙하고 상자를 구하고 테이프를 감는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있다면 이 방법 또한 괜찮다.

3. 원클릭 한번이면 오케이!

내가 일일이 바코드 촬영을 하고 최상,상,중,하, 상태를 미리 판단하고 가격을 알면 제일 좋지만, 이 마저도 귀찮다면? 집에 책이 너무너무 많아서 빠른 처리를 원하다면? 바로 원클릭이다. 알라딘 어플 상위에 보면 원클릭 메뉴가 있는데 이 또한 나같은 사람을 위한 편의기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스상자에 책을 상태좋은 것들로 채운다. 최고가로 매입되기를 바라는 마음 한가득 담아 테이프로 단단히 포장해둔다. 원클릭 메뉴를 누르고 책 권수만 입력하면 끝!

장점: 바코드 촬영을 안해도 된다. 책 권수만 입력하면 되서 편하다.

단점: 내가 보기엔 상인데 중, 하 로 가격이 매겨지는 것 같아서 조금 억울한 마음도 살짝 든다.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도, 나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으면서 책을 많이 사서 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제일 먼저 공공기관은 문을 닫는다. 비가 추적 내리던 날, 공공 도서관에 갔으나 문이 닫혀있던 날을 시작으로 나는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 도서관 문은 조금씩 열릴 것이지만, 책을 사고 또 상태 좋은 책을 팔면서 그렇게 나는 책읽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상태가 좋다고 해서 좋은 가격에 팔리지 않는다. 재고물량이 많으면 매입해주지 않는다. 상태가 좋고 낙서 한장 없더라도 매입되지 않는, 매입될 수 없는 책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책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에 남는 구절, 여운을 남기는 페이지는 나의 것으로 흡수하려고 한다. 그것이 작가에 대한,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한 나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책을 샀다.

아이를 마중나왔다. 학교 앞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나는 학교 맞은편 단골 빵집에서 학교를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아이가 마치기를 기다리며 이 곳 브런치에 글을 적어내려갔다. 오늘 음악 수행평가를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의 손을 잡고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우리는 함께 근처 대형마트로 걸어갔다. 십여분의 거리를 걸으면서 단풍도 보고 하늘도 보았다. 아침까지 안개가 자욱하더니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길거리는 따스함이 감돌았다.

지하 1층에 메인코너에 들렀다. 최근 책진열 위주로 재배치를 하면서 아이가 흥미끄는 관심있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좋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한권, 두 권 골랐다. 집에도 책이 있지만, 또 새로운 책을 만나러 왔다. 우연히 펼친 책에서 우연히 만난 대목에서 또 자그마한 행복감을 맛본다. 오늘도 우리는 책을 샀다.

keyword
이전 04화새책을 사겠어, 계속 좋아지는 책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