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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도서관 갈까?

다시 도서관이 문을 열었으니까

by 정희정

“오늘 도서관 갈까?”

응. 응!


며칠 전 딸아이와 도서관 이야기를 했다. 한동안 굳게 문이 닫혀져 있던 도서관이었다. 코로나로 격상되고 도서관을 접할 기회를 잃었다. 그런 기간이 지나고 마침 도서관을 다시 개방한다는 글을 보았다. 도서관을 가본지가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한동안 가지 못했다. 도서관 카드는? 도서관 카드도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도서관에 전화를 했다. 집 근처 주민센터 2층의 작은 도서관. 가까워서 가기 좋은 위치다. 도서관 카드를 재발급 받고 싶다고 하니, 신청후 일주일후에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나요? 혹시 몰라 헛걸음할 까 물어는데 답변은 오케이! 그렇게 우리는 이번 주 내에 도서관을 가보기로 했다.


딸아이와 나는 집 근처 작은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무렵, 도서관 카드를 만들었다. 빨간색 코드를 입고 유치원을 다니던 그 때 아이는 그림책을 좋아했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도서관에 방문했다. 그 곳에서 지나가는 길에 카페에서 무지개 케이크를 먹기도 하고,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시기도 했다. 작은 도서관 근처 카페에서 친구들과 놀이방에서 놀기도 하고 근처 스파게티 집에서 친한 친구와 함께 스파게티를 먹기도 했다. 오며 가며 작은 도서관 근처에 숨겨둔 보물같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아쉽게도 무지개 케이크 카페도, 스페게티 집도 문을 닫았다..)


오늘 미술학원을 마치고 집근처에 도착한 아이와 함께 작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매서운 날씨였다. 어제 저녁 살짝 비가 온 뒤로 추워진다고 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날씨다. 조금은 얇게 입은 듯한 아이의 옷을 바라보며, 함께 차로 가기로 했다. 오며 가며 추운 날씨라 아침에 사둔 떡을 딸에게 건넨다.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딸을 보고 언제 다 먹었어? 했다. 가는 시간은 고작 5분 여 남짓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추웠나 보다. 시간도 시간이라 배가 고팠나보다. 집에 있는 동안은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줄 수 있어 좋았다.


도서관 근처에 새로 생긴 교회들이 많았는데,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꺼려진다. 아이도 말했다. 혹시 모르니 다른 곳에 주차하자고. 한 바퀴 돌아볼까 하는데, 마침 민원 주차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주민센터에 올 때마다 주차할 자리가 협소하고 작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다행히 최근에 빈 공터에 주차장이 생긴 것이다. 마음 편하게 주차할 수 있어 좋았다.

1층 입구에서부터 체온을 측정하고 QR 체크인을 했다. 주민센터는 늘 그렇듯이 복작복작하다. 복잡한 그 곳을 지나 2층으로 향하는 입구로 향한다. 아이와 나는 오랜만에 온다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며 복도를 지난다. 또각또각하는 내 발자국 소리가 크다며 조용히 하라는 딸. 잔소리 하는 딸이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걸 아는 기특한 아이다.


도서관은 여전했다. 그리웠고 그 느낌이 생각이 났다. 작은 도서관 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좁은 책장 들이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보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인다. 아이도 오랜만에 와서인지 쭈뼛거리다가 한 권 두 권 책을 골라낸다. 마치 커다란 책 상자 속에서 책 보물을 하나 둘 캐는 모습이다. 나름 진지한 표정이다. 아이의 코너에서 두리번 거리다 나는 내가 고를 책을 보러 향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같은 작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있지만 아이는 아이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나의 시간을 보낸다. 한 권, 두 권을 꺼내보고 페이지를 펼쳐본다. 다시 제자리에 둔다. 이 책은 어떤가? 새로 나온 신간서적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 도서관에 신간서적을 알아서 재미있는 책들을 구비해주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신청하면 그때서야 신간서적으로 많이 들어온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 싶은 책들은 고른후(어린이용, 성인용) 도서관에 신간 서적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몰랐던 분야도, 관심 없던 분야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수고로옴, 손길에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으니 꽤 괜찮은 것 같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신간 서적 신청을 해주기를 바란다.


책장을 눈으로 훑고 보고 싶은 책을 한 권 두 권 고른다. 도서관 대출 권수를 확인한 아이는 놀란다. 1인당 20권! (15권이라고 말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나도 까먹은 모양이다) 보고 싶은 책을 더 고르라고 했다. 다시 어린이 코너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살핀다. 오늘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은 별로 없다. 이 전에 읽었던 책도 있고 나의 관심 밖인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햇볕 창가 코너에 비치된 책들은 이미 색이 누렇게 바래져 있었다. (예전 서울 신림에 살 때 베란다에 헹거를 설치하고 여동생의 옷을 걸어둔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옷처럼 한 쪽면이 누렇게 변한 것이다.)


책도 눈에 띄어야 본다. 그래서 나는 신간 코너가 좋다. 서점이 좋은 이유는 새로나온 책들이 많고 진열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단점은 오랜 책, 묵힌 책들이 그저 그대로 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또한 좋지만, 새로운 책들이 들어오고 재미와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배치와 진열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률적으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점점 관심을 잃어갈 것이다. 눈과 시선이 시들해질 것이다. 서점의 매대처럼 (물론 공간적인 부분도 확보가 필요하다)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이 되면 좋겠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는 앞 표지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으로 커나가길 바란다면 이런 사소하고 소소한 부분들이 개선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책과 친해지기 위함이다. 책과 친해지려면 책이 잘 보여야 한다. 책이 빛나야 한다. 색이 누렇게 바래질 때까지 방치하고 그대로 묵히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할 때도 오래된 책은 과감히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하물며 한 두명이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그정도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책 정리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작업이다.


내가 사실 어릴 때 도서관에 갔지만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이유는 책이 오래되고 오래 묵혀진 책들이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빠른 순환이 이루어지지않은 정체된 도서관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새로나오는 따근따근 책이 얼마나 많은지? 다양한 출판사별로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책들이 반짝반짝 도서관을 빛내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책을 무조건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순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들일 것은 들이고 뺄 것은 빼는 일, 도서관 사서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책이 많다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나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내 아이가 책과 친하려면 엄마가 책과 친해야 한다. 엄마들이 책을 정리하고 이 책 저 책을 펼치면서 그러면서 한 두 페이지를 읽어본다. 그러면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책 정리하면서 책을 다시 보는 경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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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책을 한아름 고른 아이가 책을 가지고 온다. 아이와 나는 도서관 카드를 재발급 신청을 했다. 다섯 살 때 찍은 사진 대신 도서관 카드에 새로 넣은 사진을 오늘 찍었다. 주황색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 도서관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도서관에서 눈이 반짝이는 아이를 바라본다. 이제는 자신에게 다시 생긴 도서관 카드를 챙겨서 아이는 자주 이 곳을 올 것이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고 여기 와도 되요?”

“그럼~ 책 보러 자주 와도 돼. 이제 도서관 카드가 생겼으니까. 다시 도서관이 문을 열었으니까.”


속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은 집은? "도서관이 가까운 집"

가장 좋은 학원은? "도서관이 가까운 학원"

가장 좋은 직장은? "도서관이 가까운 직장"


우리 가까이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이 아주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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