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의를 시작했다

책방도 살고 나도 살고

by 정희정

작은도서관에 드나들면서 깨작깨작 적어둔 독서노트가 있었다. 책 속에 좋은구절이나 명언, 한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구절을 한페이지씩 적어두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방문한 날 그날의 느낌도 함께 적어두었다. 도서관은 책의 연습장이었다. 마음껏 빌려도누가 뭐라안하고, 안 읽어도 뭐라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고 아이도 그랬다. 20권이 30권이 되고 40권이 될 때가 있었다.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라는 마음보다는 그저 손에 닿는 읽고싶은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또 빌리러 가고 싶어졌다.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을 거치고 일산의 교보문고에 아이와 함께 자주 다녔다. 그 당시 새로생긴 교보문고는 그 자체로 이뻤다!!


서점이 예쁠수가 있다니. 책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늑하고 기분좋았다. 새 책의 느낌도 좋았다. 잔잔한 오르골소리도 한몫했다. 첫째와 자주 데이트를 할 때 아이는 오르골을 참 좋아했고 그 앞에서 움직이는 병정들을 보며 오르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바로 이 아이가 첫 번째 책 <책 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의 주인공이다.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와 관한 경험을 새록새록 꺼내보았다. 그간 모아두었던 독서노트의 구절들이 이때 빛을 발하게 된다. 독서노트는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임무를 다했다. 책을 쓰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책이 탄생하게 된다.


간호사로서의 기술이 필요하듯이, 책쓰기에도 기술과 방법이 필요했다. 내가 필요한 부분을 배우고 실제 가장중요한 나의 경험과 삶의 지혜, 깨달음을 책 속에 나의언어로 녹아냈다. 제목과 목차가 구성되면 나의 이야기를 글 속에 적어내려간다. 물론 쉽지않다. 이때껏 짧막한 글만 써왔던 나에게 글쓰기란, 더욱이 책을 써내려가는 기분이란 역시 '인고의 시간'이었다. 글쓰는 사람들에게는 이시간또한 견디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책을 한권, 두권 펴내면서 출판사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 전화통화만 하고 끝내기도 하고, 계약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강의를 시작했다. 생각만 했다면 못 이루었을 것들이 하나씩 이루어져갔다. 강의계획서도 처음 만들어봤고, 남들앞에 떨린 목소리로 서는것도 처음이었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설레고 재미도 있었다. 나는 말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구나! 를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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